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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25. 2020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전설적인 트릴로지의 시작점.

DC의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배트맨은 1989년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인기의 정점을 누렸다. 영원할 것 같던 인기를 가지고 있던 배트맨은 후속작들의 실패와 2000년대 경쟁사 마블의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의 등장으로 점점 시들해져 갔다. 그러던 배트맨을 다시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메멘토>로 떠오르던 감독이던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트릴로지라고도 불리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로 배트맨을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오늘 리뷰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첫 번째 작품, <배트맨 비긴즈>다.




영화는 박쥐에 대한 두려움과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을 떨쳐내고 고담을 지키는 히어로 배트맨으로 탄생하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메멘토>나 <인셉션>, 그리고 최근작 <테넷> 처럼 눈에 띄는 반전이나 독특한 구성을 내세우기보다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데 힘쓰는 편이다. 그리고 첫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가 그 정점에 서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캐릭터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놀란이 이 작품에서는 자신의 공포를 이겨내고 그 공포를 무기로 사용해 배트맨이 되어가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잘 그려낸다. 또한 악을 향한 응징에 대한 딜레마도 던진다. 나름 생각할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다만 정말 잘 구축해낸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와는 반대로 매우 존재감 없는 메인 빌런은 아쉬울 따름(사실 빌런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캐릭터도 있다..). 리암 니슨의 강력한 포스와는 별개로 빌런이 가진 사상 자체의 설득력이 부족해 아쉬운 캐릭터성이 보인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가장 크나큰 단점인 액션의 아쉬움도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무난해 보였지만 맨몸 격투에서 너무 어색해 보이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배트맨의 특별한 기술들의 비중이 많아서 그나마 액션의 부족함이 눈에 띄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배트맨은 DC 특유의 다크함이 더욱 부각되는 캐릭터며, 그 다크함과 가장 잘 맞는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유의 어두움이 배트맨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큰 원인이기도 한데,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의 어두움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유머를 뿌리는 등의 시도로 너무 다크하고 우울하지 않게 완급조절을 잘 하는 편이다. 또한 역시 놀란답게 떡밥을 뿌리고 회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촘촘하고 허점 없는 서사로 현실적인 히어로물을 만들어낸데 성공한 놀란. 그 덕분에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더욱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캐스팅도 매우 화려하며, 배우들의 연기력도 꽤나 준수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정말 실망시키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밴 애플렉 다음으로 좋아하는 배트맨이기 때문에 좋게 보았다. 와타나베 켄, 리암 니슨, 그리고 모건 프리먼 등의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으나,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케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가장 잘 맞는 배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작품에 많이 출연하는 그는 냉철함과 따뜻함을 모두 가진 알프레드를 잘 표현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우리가 익숙해진 히어로물을 생각하면 특유의 스펙터클함과 멋있는 장면은 부족하지만, 진정한 배트맨의 탄생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성장물로 새로운 히어로 장르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 영화의 마지막도 압권이다. 이렇게 전율 돋는 후속작 예고가 또 있을까.




총점 - 8.5
현실적인 히어로의 고뇌와 성장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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