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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30. 2020

<그래비티/Gravity>

밟을 수 있는 땅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최근 개봉하는 우주 영화들을 소개할 때 꼭 들어가는 작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만 관객 작품 <인터스텔라>고, 하나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다. 21세기 우주 영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영화는 서로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압도적인 완성도로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그중 엄청난 체험적 리얼리티를 선사하는 작품이자, 많은 사람이 21세기 최고의 우주 영화로 꼽는 영화, <그래비티> 리뷰다.




영화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에 있던 라이언 스톤 박사 소련이 파괴한 위성 잔해로 인해 우주를 떠돌게 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말 미친 영화다. 솔직히 말하면 설정과 플롯 자체는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이런 긴장감과 여운을 남기다니. 알폰소 쿠아론의 역작이다. 그는 우리에게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공포심과 생존의 이유, 삶의 성찰 등을 전해주며 결국 마지막 장면에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또한 우주라는 배경의 특징인 고요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어떨 땐 평온하고, 어떨 땐 공포스러운 고요함의 성질을 아주 잘 아는 감독이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영화의 촬영과 영상미다. 이미 여러모로 유명한 <그래비티>의 촬영과 영상미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긴 호흡을 유지하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이런 긴장감을 주다니. 덕분에 알폰소 쿠아론의 의도대로 관객은 90분 동안 우주에 갔다 온 듯한 체험적 리얼리티를 겪는다. 그 덕분에 마지막 장면에서 느끼는 환희는 배로 늘어난다. 지구와 우주를 보여주는 영상미는 어떤가. 정말 영롱하고 아름다운 지구와 우주의 별들은 극 중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둔갑하는 우주를 잘 표현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영화는 산드라 블록의 원 맨 쇼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조지 클루니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 맡았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그녀 혼자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드라 블록의 연기력이 폭발한다. 산드라 블록이 특별했던 점은 바로 호흡에 있다. 그녀의 호흡은 체험적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엄청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녀의 독백(사실 무전이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으니)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일조한다. 86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따냈어도 이견이 없었을 듯하다.


ost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위성 잔해의 충돌과 우주 표류 과정을 아주 잘 표현한 듯한 ost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마지막 지구로 귀환 후 땅을 밟으면서 펼쳐지는 <그래비티>의 메인 테마 곡은 정말 눈물이 나게 한다. 밟을 수 있는 땅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앞서 계속해서 선사했던 체험으로 인해 관객들도 안도함과 함께 밀려오는 감동으로 벅차오른다. ost와 합쳐져 전해지는 엔딩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역대급이다.


사실 관람 전 우주 영화인데 왜 제목인 중력인 <그래비티>일까 궁금했는데, 영화의 엔딩을 보니 아주 적절했던 제목 같다. 그만큼 확실하게, 우리의 평온한 삶과 평범한 중력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감히 우주 영화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우주 영화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필수인 작품. 극장에서 보지 못해 가장 아쉬운 영화 중 하나다. 바로 전에 리뷰한 <인터스텔라>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마스터피스가 된 작품, <그래비티>다.




총점 - 10
고요함 속에서 발견한 중력의 소중함.
















고요함 속에서 발견한 중력의 소중함.











고요함 속에서 발견한 중력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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