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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31. 2020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Bombshell>

화끈하고 직설적이지만 통쾌함이 부족한.

2010년대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미투(MeToo) 운동'이다. 몇 년에 걸친 (남녀 무관하게) 성폭력/성추행 피해를 고발하는 운동인 미투 운동은 몇몇 몰상식한 사람들로 인해 그 의미가 많이 변색되기도 하였지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운동이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히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미투 운동'의 시발점을 그린 영화가 있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그리고 마고 로비 주연에 아카데미에서 분장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다.




영화는 폭스 뉴스의 회장인 로저가 성범죄를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해오자, 그레천 칼슨을 필두로 폭스 뉴스 여직원들이 그를 고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말 제목 그대로, 세상을 뒤바꾼 '미투 운동'의 시발점을 그리는 영화로,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렇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풀어낸다. 실화 바탕에다 복수극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재미와 통쾌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재미와 흥미는 어느 정도 챙겼지만 통쾌함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남은 영화다.

전반적인 연출력은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지긴 하지만, 촘촘하고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 각본은 꽤나 괜찮게 느껴지는 영화다. 관객에게 말을 거는 제4의 벽을 허무는 시도도 색다르게 다가오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화는 메긴 켈리, 그레천 칼슨, 그리고 케일라 포스피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 보여주고, 마지막에 연대를 보여주며 통쾌함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각 인물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지 못해 전하고자 하는 통쾌함이 조금은 미미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계속해서 영화를 끌어오다 마지막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 한방이 부족한 것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백미다.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그리고 마고 로비.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캐스팅은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 인물들은 각각의 서사를 그리지만 배우들의 조합은 꽤나 신선하고 맘에 드는 조합이었다. 특히 케일라 역의 마고 로비가 음식점 앞에서 전화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 대단한 배우라고 다시금 느꼈다. 배우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분장. 아카데미 분장 상의 영광을 그냥 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실제 인물들과 비교해보면 싱크로율이 엄청나서 놀랄 것. 특히 샤를리즈 테론이 역할을 맡은 메긴 켈리와 싱크로율은 정말 놀랍다.

영화 특성상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격의 영화 중에서 한 쪽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비방을 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데,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그렇지 않다. 영화는 성범죄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침묵을 지키는 모든 방관자들에게 따가운 일침을 전한다. 특히 몇 년 전에 그랬던 것을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식의 어리석은 질문에 꽤나 현명한 답을 던져주는 편이다. 다만 부족한 연출력으로 메시지가 감명 깊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현시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제를 흥미롭고 직설적이게 풀어내고, 연기력과 분장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메시지가 잘 전달되어야 할 영화에서 부족한 연출력으로 그 의미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봐도 괜찮을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다.




총점 - 7.5
사라진 통쾌함에 빛바랜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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