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현실성으로 긴장감을 부여하다.
드니 빌뇌브는 액션이나 SF라는 장르를 색다른 연출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관객으로 유명하다. <컨택트>부터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덕분에 올해 말 개봉 예정인 <듄>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니 빌뇌브의 매력은 허구인 SF나 액션 장르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제작한다는 것인데, <컨택트>는 외계인과의 첫 접촉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오늘 리뷰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액션 장르를 통쾌함보단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악의 마약 조직으로 알려진 한 카르텔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FBI 소속 케이트, CIA 소속 맷, 컨설턴트인 알레한드로 셋이 힘을 합치지만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지극히 현실적인 카르텔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경찰 작전을 그린다. 여느 영화처럼 멋지게 활약하는 인물도 없고, 화려한 총격전도 별로 없다. 그래서 평범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컨택트>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현실적인 상황을 잘 표현하는 드니 빌뇌브의 매력을 잘 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 120분 내내 그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경험의 끝에는 총성만 울리는 현실만이 남는다.
드니 빌뇌브의 찬찬히 쌓아올리는 긴장감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보통의 액션 장르에서는 빠르게 휘몰아치면서 숨 쉴 틈도 안주는 긴장감이 대다수였다면, 드니 빌뇌브는 급하게 긴장감을 표출하기보다는 느린 분위기로 압박감을 주며 숨도 쉬지 못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웅장하고 강력한 사운드도 한몫한다. 요한 요한슨의 음악은 정말이지 흡입력이 강하다. <컨택트>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이 똑같이 느껴진다. 또한 영화의 촬영도 상당히 매력적인데, 중후반 땅굴로 들어가는 장면은 꽤 독특했으며, 마지막 엔딩이 주는 미친 듯한 여운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편이다. 베테랑 로저 디킨스의 역량이 잘 보이는 작품.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정말이지 예상 밖의 스토리를 전개한다. 필자를 비롯한 관객들은 주인공인 케이트가 중요한 무언가를 할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결국 케이트는 영문도 모른 채 극중 내내 끌려다니기만 하다 끝이 난다. 마치 드니 빌뇌브에게 끌려다니는 관객들처럼. 필자는 정말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이 나서도 정말 황당했지만 정작 화를 낼 대상을 찾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아주 잘 보여주는 드니 빌뇌브다. 미친 카리스마의 알레한드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을 아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났다. 에밀리 블런트도 대단했지만 베네치오 델 토로는 정말 압도적인 멋을 보여준다.
결국 선악이 무너져버린 곳에서 한바탕 벌어진 작전을 경험하고 나서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대체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까지 했다. 한바탕 긴장감이 가득한 120분짜리 영화가 끝나고 나선 남은 것은 결국 참혹한 현실과, 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뿐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미친듯한 서스펜스를 필두로 이끌어나가는 드니 빌뇌브에게 감탄할 뿐이다. 다만 조금 싱거운 부분이 있다는 점과 약간 불친절한 설명은 단점.
관객을 예상을 완전히 깨부수면서 관객을 압도하는 드니 빌뇌브의 수작이다. 오락성, 판타지를 모두 제외하고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다.
총점 - 8.5
관객들을 압도하는 사운드, 리얼리즘, 시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