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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05. 2020

<로마/ROMA>

흑백 화면의 예술.

제91회 아카데미에서 가장 운이 없었던 작품을 꼽자면 필자는 단연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꼽는다. 물론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으로 3관왕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상은 <그린북>보다는 <로마>가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린북>도 훌륭한 작품이고 아카데미 스타일에 가까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고작 1, 2년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의 넷플릭스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그전 아카데미를 휩쓸 것으로 예상했던 <로마>였기 때문에 상당히 궁금했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된 작품이다.




영화는 한창 혼란스럽던 1970년대 멕시코, 한 중산층 가족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와 파편이 날아다니던 우주를 거쳐 이제는 자신의 고향 멕시코로 돌아와 개인의 추억을 그려내는 알폰소 쿠아론의 작품이다. 사실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를 그린다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알폰소 쿠아론은 이를 모든 관객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보편화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감독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주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는 극장을 찾게 되는, 극장에서 봐야 좋은, 그런 작품이다.

<칠드런 오브 맨>이나 <그래비티> 같은 자신의 영화들에서 생명과 삶의 소중함을 꾸준하게 담아내던 알폰소 쿠아론이 이번 <로마>에서는 모성애를 그린다. 알폰소 쿠아론의 유년시절, 자신을 길러주던 어머니와 하녀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이며, 이는 엔딩에서 하늘을 비추며 '리보를 위하여.'라는 자막으로 잘 드러난다. 알폰소 쿠아론의 따뜻한 마음이 잘 보이는 대목. 비겁한 남자들에게 버림받아도, 파도처럼 큰 고난이 끝없이 밀려와도 묵묵히 우리들을 지켜주는 여성들, 어머니들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이 감동은 영화의 후반부, 바다에서 아이들을 구해주는 클레오의 모습과 모두 다 같이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폭발한다. 이 신은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해 낸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를 빛내는 수많은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롱테이크 촬영 기법. 이번에는 직접 촬영을 한 알폰소 쿠아론이 선사하는 롱테이크 기법은 색다르면서 기존에 있던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화려한 액션신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임이 많은 롱테이크가 많았지만, <로마>는 움직임이 별로 없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롱테이크로 클레오와 가족들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70년대 멕시코에 갔다 온 느낌이 들 정도다. 흑백 화면 또한 인상적이다. 흑백으로 구성된 화면이 영화가 주는 여운을 더욱 길게 주는 역할을 크게 하는 듯하다. 여러 미장센들은 눈을 즐겁게 하며, 인상 깊은 엔딩은 정말이지 뭉클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여운이 깊은 작품.

알폰소 쿠아론의 추억과, 그를 키워준 어머니와 하녀에게 바치는 존경심이 가득 묻어나있는 영화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후반부 장면과 엔딩의 자막으로 잘 드러난다. 혼란스러웠던 1970년대 멕시코의 배경은 그저 거들 뿐. 내게는 아직 벅차게 느껴지는 영화다. 영화가 주는 것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것 같다. 부족한 내 영화 지식에 그저 아쉬울 뿐이다.

정말 개인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보편성을 입혀 감동을 이끌어내는 알폰소 쿠아론에게 놀랄 수밖에 없는 영화다. 이전과는 색다른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의 장점들은 모두 가져온 마스터피스, <로마>다.




총점 - 10
개인의 추억에 보편성을 더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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