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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08. 2020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섬세한 미장센과 기괴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극도의 난해함.

조금 호전되는 듯했던 코로나19가 다시금 창궐하면서 이제 조금 빛을 보는가 했던 극장가는 다시 주춤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OTT 플랫폼으로 향했다. 필자도 <테넷> 2회차를 포기하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많이 관람했는데, 꽤나 흥미로워 보이는 신작을 발견했다. 청불 액션을 주로 그려냈던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다르게 무언가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신작이었는데, 그 분위기에 끌려서 관람했다 호되게 혼난 영화였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리뷰다.




영화는 제이크라는 남자친구와 함께 그의 부모님 집을 갔다 오는 여행을 떠난 이름 모를 여자친구의 시선으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그린다. 단언컨대, 필자가 관람한 모든 영화 중에 가장 어렵고 불친절하며, 불편하고, 난해하고, 기괴하고, 애매모호하고, 무섭고, 요상하고.. 하여튼 상당히 이상한 영화다. 동명의 원작이나 영화를 해석한 글을 읽지 않으면 절대로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영화다. 그만큼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기 매우 힘든 영화다. <테넷>은 이 영화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 필자도 보면서 어렴풋이 짐작하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해석 글을 읽고 나서야 겨우 절반 정도 이해했을 정도로 상당히 난해한 영화다.

이처럼 매우 난해하고 어려운 영화이긴 하지만 그 속에 품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꽤나 심오한 편이다. 한평생을 혼자 살며 외로움과 쓸쓸함에 지친 제이크가 겪는 일종의 정신착란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병을 잘 그려낸 것처럼 보인다. 또한 나름의 장치나 배경의 분위기, 그리고 미장센들도 신경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난해해서 이런 것들을 영화를 보면서 단박에 이해하기에는 조금 버겁기는 하다. 게다가 매우 불친절한 전개와 구성으로 오히려 감독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할 듯하다.

상당히 고민할 만한 주제를 기괴한 분위기와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던져주는 것은 분명히 좋은 점이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과도한 난해함이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쾌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연출력은 꽤나 맘에 들었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맡은 찰리 카우프만의 연출력은 충분히 좋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의 난해함을 보여주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는 않는 영화다.

연기력은 대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편에 속한다. 전체적으로는 제이크의 이야기였지만, 극을 이끌어나가는 여자친구 역을 맡은 제시 버클리의 연기력은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독백이 많은 구성이라 그런지 돋보이는 표정연기는 압권. 또한 <유전>으로 유명한 토니 콜렛은 극 중반부를 휩쓸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존재감이 엄청나다. 그녀의 마스크가 주는 긴장감은 정말이지 놀랍다. 또한 분장도 나름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어렵더라도 해석을 읽고 분석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난해한 것이 너무나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받아들일 수는 절대 없는 영화. 솔직히 너무 갔다. 그럼에도 꽤나 괜찮은 영화처럼 '느껴'졌던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다.




총점 - 7.5
섬세한 미장센과 기괴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극도의 난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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