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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1. 2020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악마들에 대하여.

안 그래도 유명했던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그 덕에 올해 많은 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관심을 받았고, <익스트랙션>이나 <올드 가드> 같이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작품성으로는 조금 아쉬움을 보였기에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좋게 보지는 못했는데, 오직 캐스팅만으로 이목을 확 끌어 9월 최고 기대작이 되어버린 영화가 있었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다.




영화는 1960년대, 그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소년에게 타락한 목사, 싸이코 부부, 부패한 보안관 등 악한 자들이 엮이면서 벌어지는 암울한 일들을 그린다. 나름 잘 만들어진 스릴러이고, 지금껏 봐왔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도 가장 만족한 작품이긴 하다. 잘못된 신념과 비뚤어진 종교, 그리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한 인물이 악한 자들을 처단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총알에 선악이 존재하는가 하는 딜레마를 아주 잘 다뤄낸다. 사실 스토리는 평범한 권선징악의 형태라서 새로울 것이라고는 딱히 없지만, 인간의 밑바닥과 추악함을 들춰내는데 어느 정도의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여기에 혼돈의 시기였던 5~60년대 미국이라는 알맞은 배경까지 크게 작용하면서 주제의식을 더욱 잘 강조한다.

각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이 원하던 장면이나 모습들이 보이는 등 점점 훌륭해지는 전개력을 가졌지만, 우선 지루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데다, 러닝타임도 138분으로 긴 편이라 지루해지기 일쑤인 작품이긴 하다. 다만 필자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진짜 문제인 부분은 무겁고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표방하려 하지만 극이 조금 뜬다고 해야 하나, 극의 무게 자체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 조금 이질감이 들 때가 있다. 잔혹한 현실에 걸맞지 않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한 나레이션 때문인가, 하여튼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물론 기대를 모았던 훌륭한 배우 라인업에 비해서 기대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매우 뛰어난 편이었고, 극의 중심에 있는 톰 홀랜드는 그 진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로버트 패틴슨의 목소리를 바꾸는 연기는 놀라웠으며, 세바스찬 스탠과 빌 스카스가드도 돋보이지만, 배우와는 별개로 캐릭터 자체에서 조금 문제가 보였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확실하게 잡히지만 나머지 주변 인물들을 정의하는데 조금 애를 먹는다고나 할까.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은 편이라 별개의 스토리로 전개되는 바람에 극의 짜임새가 부족하며, 결국 각 스토리가 만나게 되는 엔딩의 효과도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점은 각색에 있었다. 원작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그냥 소설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때문에 장면 장면의 몰입감이 조금 떨어지는 듯했다. 영화적인 효과를 더욱 내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극을 풀어나가는 것 자체에도 애를 먹는 등 단점이 종종 눈에 띈다.

단점을 꽤나 많이 늘어놓은 듯 하지만 이건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인 것 같고,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재밌게 본 영화다. 최근 넷플릭스의 영화 행보가 조금 아쉬웠는데, 간만에 본 넷플릭스 표 훌륭한 시네마 한편이다.




총점 - 7.5
헛된 믿음을 갖지 마라, 악마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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