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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5. 2020

<에놀라 홈즈/Enola Holmes>

훌륭한 메시지, 빈약한 추리력.

인기 많은 유명 추리 소설인 '셜록 홈즈'는 영화(2009)와 드라마(2010-2017, 4개 시즌)로 제작되며 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안 그래도 촘촘한 추리 소설에 매력적인 셜록이라는 캐릭터가 더해진 결과인데,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읽었고, 관람했었다. 셜록의 가족이라곤 그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 밖에 몰랐는데, 그런 셜록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그런 호기심에 좋아하는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의 매력에 이끌려 관심 깊게 봤던 영화, 넷플릭스의 <에놀라 홈즈> 리뷰다.




영화는 어느 날 자신을 놔두고 떠난 엄마를 찾기 위해 셜록을 따돌리고 런던으로 떠난 에놀라가 듀크스베리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려낸다. 평범한 가족 영화의 분위기를 띄고 있는 영화다. 발랄한 분위기를 가져가는 점은 좋지만 추리물로서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이지 않나 싶다. 제4의 벽을 깨는 등의 독특하고 색다른 연출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딘가 심심한 구석은 감출 수가 없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전개와 개연성이다. 사건이 바뀌는 과정이 너무 생뚱맞게 다가온다. 원래의 목적은 엄마를 찾는 것이었지만, 결국 듀크스베리의 아빠를 죽인 진범을 찾는 이야기로 전개되고, 원래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촘촘한 추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설득력이 상당히 부족하며, 너무 우연에 맡기는 개연성도 많이 아쉬운 점이다.

에놀라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시대에 앞서간 진보적인 여성상이라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최근에야 여성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영화들이 많지만 <에놀라 홈즈>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차별을 반대하지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은 지양한다는 점이다. 여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을 반대하면서도 현재의 문제인 극단적인 페미니즘이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평등을 주장하는 이들을 비판한다는 점이 상당한 매력이다. 다만 이렇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별로 좋지 못하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대사를 통해 너무나 직접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극 자체에 집중하기 힘들어져 버린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겠지만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지 않은가. 좀 더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물론 자신만의 자아를 찾으라는 메시지는 나름 잘 다가오는 편이지만 시종일관 메시지를 던지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건 좀 아쉽긴 하다.

역시나, 밀리 바비 브라운의 매력을 대단하다. 이 영화를 관심 있게 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밀리 바비 브라운 때문인데, <기묘한 이야기> 이후로 정말 좋아하게 된 배우라서 기대했고, 그 매력은 충분히 발산된다. 특히나 밀리 특유의 영국 영어 발음에 치인다. 아직 17살(2004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형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에놀라라는 캐릭터도 꽤나 괜찮은 편이며, 여러 옷을 입으며 변장하는 모습은 즐겁다. 다만 셜록의 캐릭터성은 너무나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셜록이라니.. 헨리 카빌의 포스와는 별개로 기대 이하의 캐릭터성을 보여준 셜록이었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평면적이다. 밀리의 매력으로 어찌어찌 끌고 가기는 하지만 에놀라와 듀크스베리의 로맨스가 갑자기 나오는 등 어처구니없는 개연성은 흠.

너무나 왔다 갔다 하는 전개와 설득력이 부족한 개연성,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스토리와 추리 요소의 부재.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지만 메시지 하나는 잘 챙긴 데다(조금 과하긴 하지만) 거의 완벽한 밀리 바비 브라운의 연기력, 그리고 잘 반영한 시대상과 훌륭한 의상은 나름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볍게 보기에는 좋은 영화다.

공개 전에 너무나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작품이며, 가볍게 즐기기에는 훌륭한 영화다.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단점을 보완한 속편이 나온다면 언제나 환영할 예정이다.




총점 - 6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너무나도 과하고 직설적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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