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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03. 2020

<히어로는 없다/Orígenes secretos>

히어로가 등장하는 코미디 스릴러...?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도, 영국도 아닌 스페인, 혹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의 작품들이었다. 이렇듯 드라마 쪽은 그 유명한 <종이의 집>부터 해서 꽤나 잘 나갔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아무래도 미국의 힘이 강했다. 다만 요즘 들어 미국 제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나온 신작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제작한 <산타나>고, 다른 하나가 오늘 리뷰할 스페인 영화, <히어로는 없다>다.




영화는 히어로 코믹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 다비드가 코믹스 덕후 호르헤, 그의 상사 노르마, 그리고 베테랑 코스메가 힘을 합쳐 수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보기 전에는 b급 느낌이 가득한 히어로 장르일 줄 알았지만 영화의 인트로부터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물 <세븐>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그리고 <세븐>에서는 7대 죄악을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히어로는 없다>에선 코믹스를 살짝 더한다. 게다가 코믹스 덕후인 캐릭터를 출연시키면서 스릴러와 b급 히어로물의 느낌을 왔다 갔다 하는 영화다. 그저 그런 영화일 줄 알았는데 꽤나 흥미로워서 놀랐던 작품이다. 특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꽤나 묵직하고 일반적인 히어로물보다 더욱 철학적이어서 예상 밖이었던 점이 맘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에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톤 자체가 가볍고 들뜨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나 싶다. 후반부에는 진지하고 진중하게 이끌어나가는 편이지만 초중반부에 가벼운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깔아놓는 바람에 후반부의 장면들이 진지하게 느껴지지 못하고 몰입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가끔은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있을 정도로 가벼워서 심히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름의 장점이라고 하면은 스릴러에 히어로와 코미디를 살짝 얹어 멕시코 드라마 <컨트롤 Z>에서 느꼈던 복합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릴러도, 히어로도, 코미디도, 어느 하나 완벽한 부분이 없다는 점은 크나큰 단점이다. 차라리 한쪽에만 더욱 힘을 쏟고 나머지 소재들을 소량 첨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모든 장르를 발만 담그는 정도로만 건드리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들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마블이나 DC의 코믹북 팬이라면 재밌는 요소들을 꽤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 '인크레더블 헐크'부터 해서 '디텍티브 코믹스', '어메이징 판타지', '언캐니 엑스맨', '판타스틱 포', '액션 코믹스' 등의 고전 코믹스 제목이나, 히어로 이름을 접할 수 있다는 점과, 짝퉁(?) 스탠 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또한 나름의 성장을 거듭하는 주인공에, 일단 존재하기는 하는 반전까지 색다른 매력으로 중무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강점도 가지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넷플릭스가 코믹스의 제목이나, 히어로명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른 건 다 봐주더라도 '형사 만화'나 '인간 횃불'은 좀 심한 거 아닌가? 인간 횃불이 뭐니 인간 횃불이..

하여튼 넷플릭스의 강점인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을 가지긴 했지만 너무나 애매한 스토리를 가진 덕분에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작품이기는 하다.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의 색깔을 가지지 못한 그저 패러디 작품으로 밖에 안 보일 수 있으나,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는 편.




총점 - 6
히어로가 등장하는 코미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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