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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18. 2020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화끈한 입담을 쏟아내는 8명만으로 극을 꽉 채우다.

이제야 3번째 작품을 접했지만,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 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다. 화끈하고 수위 높은 액션에다 B급 감성을 지녔지만 단박에 A급 영화로 변모시키는 능력을 가진 쿠엔틴 타란티노의 스타일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다만 플랫폼의 문제로 타란티노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는데,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 왓챠를 홀린 듯이 결제했다. 그리고 왓챠에서 본 타란티노의 첫 작품, <헤이트풀8>이다.




영화는 여죄수를 운반하던 교수형 집행인이 현상금 사냥꾼과 보안관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눈보라를 피해 들어간 미니의 잡화점에서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 그리고 연합군 장교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역시나 믿고보는 타란티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취향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감독이다. 단 8명의 주요 등장인물만으로도 극을 꽉꽉 채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를 보면서 타란티노는 특유의 화끈함으로 인기를 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연출과 구성 면에서도 아주 뛰어난 감독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극에 빈틈이 없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 타란티노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든다. 화끈한 복수를 위한 액션으로 구성된 서사보다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극을 채우는 편이다. 또한 타란티노가 시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캐릭터들의 대사에 완벽하게 녹여낸다. 필터링 없는 화끈한 대사로 기존에 다뤄왔던 사회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편이다. 화술에 있어서 정말 천재적인 감독이다.

그리고 이 대사들을 아주 맛깔나게 소화하는 명배우들의 호연도 일품이다. 사무엘 L. 잭슨과 커트 러셀은 워낙 배테랑에 명배우이니까 믿고봤고 실망하지 않았고, 눈에 띄었던 배우는 월튼 고긴스와 팀 로스였다. 이 둘의 매력이 넘쳐흐른다. 팀 로스는 특유의 영국 발음과 몸짓을 아주 잘 소화해냈고, 월튼 고긴스는 통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제니퍼 제이슨 리를 비롯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훌륭했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좋은 미장센과, 훌륭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또한 일품이다.

다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건 다른 것보다 극의 플롯 구성 자체가 문제인데, 보통 (필자가 봤던) 타란티노의 작품들은 한 인물의 장대한 복수극의 서사를 그리는 덕분에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에 대해 납득함과 동시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데, <헤이트풀8>은 조금 덜하다. 또한 집중되어있는 인물이 보통 영화치고는 많은 편인 8명이기 때문에,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화끈한 액션보다는 많은 양의 대사로 입담 승부를 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지루함을 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후반부의 통쾌함이 강렬한 덕분에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필자는 타란티노의 색깔이 너무나도 좋다. 진짜 매력적인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10개의 작품만 찍는다는게 아쉬울 정도. 몇개만 더 찍어줘요..




총점 - 8
8인의 거침없는 입담에 매료되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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