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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0. 2020

<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

인간의 본질적인 죄의식과 구원에 대한 욕망에 대하여.

정말 의외로,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심지어는 아카데미 일부분에 노미네이트가 되었음에도 국내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는 작품들이 꽤나 많다. 그런 영화들은 대부분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라서 만나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꽤나 큰데, 이 <더 라이트하우스>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물론 코로나19의 영향도 컸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바로 관람한 영화다.




영화는 1890년대, 뉴잉글랜드에 있는 한 등대에서 에프라임 윈슬로라는 등대지기가 선임 토머스 웨이크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기묘한 일들을 그린다. <더 라이트하우스>는 정말 잘 만들어진, 아주 뛰어난 호러 영화다. 하지만 그저 호러 장르라고만 단정 짓기에는 조금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다. 고립된 등대 섬이라는 한정적 공간을 아주 잘 활용하고, 그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물의 광기를 아주 잘 표현했으며, 압도적이게 소름 끼치고 웅장한 사운드와 중압감을 한층 더하는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 훌륭한 스릴러 영화다. 또한 고립되어버린 극한의 상황과 광기 어린 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독특한 1.19:1 화면비와 촬영 또한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라이트하우스>는 인간의 죄의식과 그 본질에 대해 아주 깊고 심오하게 파고드는 영화다. 인물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의심하면서 구원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구원의 빛은 너무나도 밝았던 것이다. 인간의 원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여러 신화 등 배경지식들을 알고 본다면 더 쉽게 다가오겠지만, 필자는 그런 것을 잘 몰랐음에도 나름 잘 이해한 편이었다. 난해하긴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수준은 아닌 정도.

로버트 패틴슨과 윌렘 데포의 연기력은 정말 미쳤다. 두 명이서 극을 멱살 잡고 이끌어가는데, 그 몰입감이 엄청나다. 최근 열일하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도 충분히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눈에 띄었던 배우는 단연 윌렘 데포. 정말 광기가 느껴지는 이들의 연기력이었다. 이들의 연기는 고립된 상황에서 느끼는 그 감정을 너무나 잘 전달해서 몰입되는 걸 넘어 보는 관객까지 울렁이고 미쳐버리게 만드는 수준이다. 이들의 광기 어린 연기력 덕분에 영화에서 답답함과 추악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심지어는 고약한 악취가 풍기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말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다. 물론 꽤나 난해한 편이라서 한 번에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정말 확고하게 전해지는 편이며, 넘치는 스릴감과 긴장감 또한 경험할 수 있는 수작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개봉이 불발된 것이 아쉬울 정도의 만족감을 받았다.

올해 정말 만족하면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며, 그 이상의 메시지도 받아낼 수 있는 작품이다. <더 라이트하우스>다.




총점 - 9
인간의 본질적인 죄의식과 구원에 대한 욕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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