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을 완벽하게 계승한 SF.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 직후에는 혹평과 함께 흥행에 실패했지만, SF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이제는 SF 명작 최상위권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새로웠고, 철학적인 매력을 지녔던 SF라 나름 만족하면서 봤기에, 당연히 관심은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완벽했던 작품,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 리뷰다.
영화는 LA 경찰 소속 블레이드 러너인 'K'가 출산의 흔적이 있는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한 후,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트와 함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말 훌륭했던 전편을 완벽하게 계승하는 속편이다. 이토록 완벽한 SF가 또 있을까. 여느 SF와는 많이 다르다기에 걱정이 앞섰지만 나름 흥미로운 장면들도 많았고, 상당히 긴 러닝타임인 163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드니 빌뇌브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드니 빌뇌브의 연출력은 정말.. 믿고 보는 감독이 되었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필두로 여러 윤리적 딜레마를 던지며 극을 이끌어가는 등 기존 SF 장르와는 결이 확실히 다른 영화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정말 완벽한 SF 영화라고 느껴졌으며 이전작보다 월등히 발전한 기술력으로 더욱 훌륭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당연하지만 몰입도를 더욱 높였던 것 같다.
영화는 K가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 자신의 기억이나 삶 등 모든 것을 잃는 상당히 불행한 상황에서도 결국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죽기 위해 한 몸 바치는 K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라는 영화를 정말 잘 압축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여전한 철학적인 메시지와 딜레마는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의 특징이자 확고한 매력이며, 여기에서도 훌륭하게 다뤄진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인 리플리컨트라는 소재를 아주 잘 활용한다. 이보다 더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잘 다루는 영화가 있을까.
배우 라인업도 화려하길래 기대하면서 봤는데, 라이언 고슬링에게 솔직히 조금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라라랜드> 등의 로맨스 영화에서 익숙했는데, 이렇게 진중한 연기를 처음 본지라 라이언 고슬링의 재발견이라고 보고 싶다. 정말 미친듯한 표정연기로 그저 리플리컨트인 그가 겪는 고뇌와 생각이 그대로 전해진다. 또 인상 깊었던 배우는 조이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 비교적 최근(작년 즈음..?) 알게 된 배우이자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한 아나 디 아르마스는 진짜가 아닌 자신에 대해 고뇌하는 홀로그램인 조이를 아주 잘 표현했으며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해준다. 그리고 조이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편이라서 그 매력이 배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러브와 월레스 역을 맡은 실비아 획스와 자레드 레토의 카리스마도 엄청났으며, 해리슨 포드와 숀 영은 정말 반가웠다.
전설적인 촬영감독인 로저 디킨스의 또한 돋보이는 점이다. 정말 영화의 분위기에 압도되는 듯한 카메라 앵글과 무빙은 경이로울 정도다. 또한 거장 한스 짐머의 스코어와 사운드 또한 인상적이며, 독특하고 아름다운 색감과 미장센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로저 디킨스 촬영, 한스 짐머 스코어.. 왜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극장 필관람작인지 단박에 알게 해준다. 아이패드 봐도 이 정도인데 아이맥스로 보면 어떻겠는가.
개인적인 아쉬움을 굳이 하나 꼽자면 월레스를 비롯한 몇몇 캐릭터들의 마지막 행보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아쉬운 점이지만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점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조그마한 단점에도, 이토록 완벽한 SF를 본 적이 없다. 드니 빌뇌브가 전작 <블레이드 러너>에 부끄럽지 않은, 오히려 전작을 뛰어넘는 천재적이고 경이로우며 압도적인 마스터피스를 하나 탄생시켰다.
총점 - 10
드니 빌뇌브,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을 다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