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Apr 30. 2020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시작은 창대했으나.

중국발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영화 일정에도 많은 차질이 생겼다. 2020년의 수많은 기대작의 개봉일이 상당히 뒤로 밀렸고, 몇몇 작품들은 VOD에서 개봉하거나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국내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사냥의 시간>은 단연코 기대작 중 하나였다. 이제훈과 최우식, 안재홍 등의 명배우들과 <파수꾼>으로 이미 한번 인정받은 윤성헌 감독의 시너지로 충분히 기대를 받을만했던 작품, <사냥의 시간>이다.




영화는 준석과 친구들이 도박장을 턴 후 한이라는 인물에게 쫓기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공개 후 얼마 되지 않아 혹평이 많이 들려와 기대치를 많이 안고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럴까, 몇몇 부분은 상당히 기대 이상이었다.

첫 번째로 어두운 미래인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매우 잘 살렸다는 점이다. 국내를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 영화는 처음인데,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어서 이 부분은 기대를 하고 보았던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을 잘 살렸다는 점은 매우 칭찬해 주고 싶다.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와 설정이면 만족할 만하다.

두 번째는 긴장감을 아주 잘 잡았다는 점이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각종 아쉬움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명백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디스토피아 배경에 붉은 조명, 그리고 뛰어난 연기력은 이러한 긴장감을 배로 상승시켜 준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제훈과 최우식, 안재홍 등 핫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인만큼 영화에서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특히 영화 내내 지속되는 겁을 먹고 식은땀을 흘리는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다만... 아쉬운 점들이 이 모든 장점들을 상쇄시킨다. 이 좋은 배경과 배우들로 이런 스토리로 밖에 전개하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의아하다. 또한 영화 내내 쌓인 답답함을 풀어주는 한방도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앞서 말한 장점 중 하나였던 긴장감은 '한'의 동기가 단순히 재미를 위한다는 점으로 밝혀지자 반으로 꺾여버린다. 게다가 흔하디 흔한 고증 오류들을 피해 가지 못했다는 점과 대사에 쓸데없는 욕설이 거북할 정도로 너무 많았다는 부분도 단점 중 하나이다.

영화는 여기저기 발을 들이며 판을 키우지만 정작 거둬들이는 설정들은 별로 없다. 거기에다 거둬들인 설정들조차 매력적이 않다. 기훈과 기훈의 부모, '한'의 배경 등등 매력적인 소재들을 그저 버려두고 쓸데없는 설정들로만 개연성 없는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또 '한'의 마무리를 제3자가 갑자기 끼어들어 처리한다는 점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그 '한'이 살아있다는 점은 납득이 가기 정말 어렵다. 엔딩 또한 여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쾌한 한방이 있는 것고 아닌 애매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아 아쉬웠다.

어쩌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것이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나마 장점은 확실하는 점이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은 좋았지만 끝은 정말 최악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총점 - 5
용두사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킹덤/Kingd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