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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5. 2020

<에너미/Enemy>

끝없는 의심 속 충격적 반전.

드니 빌뇌브는 지금에야 <컨택트>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와 같은 SF, 액션 장르를 많이 제작하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꽤나 좋은 평가들을 받는 영화들을 제작해왔는데,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들도 많다. 얼마 전 관람한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본 뒤 드니 빌뇌브에게 빠져버려서, 드니 빌뇌브의 초기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보기로 결정했다. 그 첫 번째 작품, 제이크 질렌할, 멜라니 로랑 주연의 <에너미>다.




영화는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을 반복해서 살고 있던 역사 교수 아담 벨이 어느 날 영화 속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 앤서니를 발견하고 그를 찾아 나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다. 이 영화는 많은 해석을 요구하는 영화로 유명하지만, 그렇게 못 알아먹을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불친절하고 난해한 영화이며, 해석이 필요하긴 한 영화다. 이러한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앞선 리뷰에서도 몇 번 말했듯이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꽤나 흥미롭게 보았다. 드니 빌뇌브 특유의 압도하는 듯한 연출도 잘 드러났지만 조금 과한 면도 있어서 여러모로 아쉽긴 했다. 굳이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나가야 했는지도 의문점이며, 전개 방식 자체도 조금 아쉬웠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과정을 은유를 통해서 아주 잘 그려낸 편이며, 엔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엔딩은 정말 깜짝 놀라서 집에서 보았음에도 움찔할 정도였는데, 한편으론 이해가 바로 가지는 않아서 조금 버퍼링이 걸려 그 충격이 반감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거미나 열쇠에 대한 해석을 영화 시청 후 꼭 참조하길 바란다.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관객에게 넘기는 듯 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냥 편안하게, 영화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조금 무리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웬만한 연기력 가지고는 힘든 1인 2역을 정말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그의 표정 연기는 정말 놀랍다. 대체 어떻게 똑같은 배우임에도 이렇게 다른 캐릭터를 한 영화에서 표현할 수가 있는가. 멜라니 로랑과 사라 가든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도 등장하며 인상 깊은 연기력으로 눈에 띄긴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온전히 제이크 질렌할의 것이다. 연기력이 정말 폭발한다.

이외에도 복선이나 메타포가 조금 어설프거나 너무 과하게 사용되는 점을 포함해서 여러 아쉬움이 보이긴 했지만 짧은 러닝 타임 안에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다고 본다. 드니 빌뇌브의 범작이지만 나름 만족하면서 본 영화다.




총점 - 7
끊임없이 반복될, 영원한 적인 또 다른 나 자신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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