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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6. 2020

<그을린 사랑/Incendies>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용서.

지금 우리는 아직 북한과의 전쟁이 끝나지는 않은 휴전 상태이지만, 내전이라는 개념은 생소하고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현 국제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내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이다. 그리고 이 내전과 난민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한 여성이 겪은 최악의 일들을 드니 빌뇌브가 풀어낸 영화가 있다.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호, <그을린 사랑>이다.




영화는 쌍둥이 잔느와 시몽이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듣고 죽은 줄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중동으로 떠나면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말 충격적이고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내니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봐서는 안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그리면서 극을 전개해 나가고, 마지막 반전은 어쩌면 예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생각지도 않았고 애써 부정했을, 그런 반전이라서 더욱 충격적이고 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티고 침묵하고, 마지막엔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위대하고 고결한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 메시지를 아주 잘 전달한다.


극을 전개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처음엔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과거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쌍둥이의 모습을 그려내다가 내전과 난민을 비롯한 국제 분쟁으로 확장한 후, 다시 마지막엔 한 여인,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은 개인의 문제이고, 또 개인의 문제가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떨쳐내고 용서하는 것의 시작이 바로 위대한 사랑이라는 점도 확실하게 짚어낸다. 정말 인상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메시지였다.


드니 빌뇌브의 상당히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고 몰입도 높은 연출력은 단연 돋보이는 점이다. 이렇게 긴 러닝타임을 가져가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연출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감독 중 하나다. 다만 <그을린 사랑>에서 과거와 현재가 전환되는, 그러니까 플래시백 장면이 나오면 조금 혼란스럽다. 반전을 후반부까지 숨겨야 하는 위치에 있는 감독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촬영이나 음악도 훌륭했으며, 선명한 사운드는 정말 좋았다.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다.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영화다. 한 인간의 삶이 이토록 최악일 수가 있는지와 1+1=1이라는 수식이 이렇게 충격적일 수가 있는가. 결국엔 모든 것이 불타서 무너지고 사라져도 사랑만큼은 그을린 채로 남아있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다.


드니 빌뇌브의 진중한 매력을 색다르게 만날 수 있었던 영화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드니 빌뇌브의 수작이며, 여러 시상식에서 호평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듯하다.




총점 - 8.5
위대하고 고결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해낸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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