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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28. 2020

<프리즈너스/Prisoners>

처절함 끝에 짓는 죄악에 대하여.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끔찍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아픈 범죄가 바로 유괴라고 생각한다. 생사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릴 가족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면 치가 떨릴 정도인데, 그 피해자가 어린아이라면 더욱 심각해진다. 그리고 드니 빌뇌브는 그 아이 납치 사건에서 오는 가족의 절망과 슬픔, 그리고 광기를 그려낸다. 드니 빌뇌브의 <프리즈너스> 리뷰다.




영화는 한가로운 휴일, 두 부부의 딸이 사라지자 풀려난 용의자 알렉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애나의 아빠 켈러와 진범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형사 로키가 시시각각 부딪히며 딸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린다. 정말 뛰어난, 진짜배기 스릴러다. 드니 빌뇌브의 강점인 긴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볼 수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는 전개와 마지막에선 충격적인 반전까지 선사해 완성도 높은 스릴러를 보여준다. <프리즈너스>에서도 여러 복선이나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을 보아 드니 빌뇌브는 확실히 복선과 메타포를 아주 잘 활용하는 감독인 듯하다. 드니 빌뇌브의 색깔이 확고해진 느낌. 여운이 남는 엔딩도 인상적이다.

유괴 사건의 끔찍함을 아주 잘 드러내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인간의 의심과 절망, 그리고 광기까지 보여주며 모두가 벼랑 끝에선 죄를 짓는 죄수가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절박함에 못 이겨 알렉스를 계속 범인으로 의심하며 결국엔 선을 넘어버리는 켈러의 광기 어린 모습을 통해 모두가 죄를 짓게 되는 암울한 현실을 그린다.

다만 반전의 충격과는 별개로 반전 자체의 설득력은 조금 부족한 듯 보였다. 전혀 그럴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제3자가 나타나는 형식의 모습을 보여 아쉬우며 반전 범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는다는 점은 조금 단조로운 느낌을 강하게 보인다. 복선을 범인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사용하기보단 용의자들의 정체를 위해 사용하는 편이며, 범인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는 바람에 충격과 동시에 어리둥절함도 같이 오는 것도 사실이다. 반전이 사실 끝으로 갈수록 예측하기 쉬운 편이라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제이크 질렌할과 휴 잭맨의 연기력은 대단하다. 제이크 질렌할은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로키 형사를, 휴 잭맨은 딸을 잃고 극한의 감정으로 치닫는 아버지 켈러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제이크 질렌할과 휴 잭맨의 콜라보가 아주 좋다. 또 눈에 띄는 배우가 하나 있었는데, 알렉스 역의 폴 다노다. 진짜 알렉스라는 캐릭터를 너무 잘 표현한다. 그래서 더욱 극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듯하다. 로저 디킨스의 촬영과 요한 요한슨의 음악 또한 무진장 좋다. 이미 인정받은 촬영감독과 음악감독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믿고 볼 만하다.

드니 빌뇌브의 수작이다. 끝까지 진범을 알 수 없게 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루하기 않게 끌고 가는 드니 빌뇌브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완성도가 뛰어난 스릴러 영화다.




총점 - 8
절박함에 못 이겨 죄를 지을 인간이란 죄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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