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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3. 2018

21살, 공황장애 - (5)

공황발작

학원에서의 첫날. 나는 오랜 시간 고생해서 결정한 일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학원에서 돌아온 첫날부터 펑펑 울었다.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자습시간에 열정을 활활 불태우며 공부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더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보려고 해도 책이 읽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선 엄청난 불안감이 올라왔다. 


그렇게 학원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면서 계속 울었다. 어이가 없었다.힘들게 결정한 일이고, 이제 잘 해결한 후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일인데,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울었다. 엄마는 내가 아직 적응하는데 그런 거라며 나를 다독이셨다.


다음날에도 똑같은 증세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나는, 바로 상담소에서 나를 상담해주시던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제가 이상하다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외출증을 끊고, 상담소로 향했다. 상담 결과는 놀라웠다. 


"선생님이 보기엔, 유덕이 네가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다. 혹시 이게 지속적으로 일어났었니? 그러면 공황장애라고 볼 수 있어."


인터넷에서 연예인들이 걸렸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하긴 했는데,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일단 오늘은 학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걸어가는데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시선은 한 곳에 둘 수 없었으며, 숨은 진정이 안되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한참을 걸려서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 보니, 가족들 모두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 아빠가 나한테 왜 학원에서 일찍 왔냐, 어디 문제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밥을 먹고, 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모두를 불러냈다.


"제가 공황 장애가 있대요. 그래서 며칠간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었어요. 숨도 잘 쉴 수가 없고..."


생각보다 가족들의 반응은 침착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내 말을 들으시더니, 꽤나 단호한 답변을 내놓으셨다.


"네가 정 힘들면, 공부를 그만두는 게 맞지만, 앞으로 세상 살아가면서 이것보다 힘든 일 더 많아. 네가 여기서 또 도망치면, 정말 그거는 죽도 밥도 안되는 거야. 이겨내야지."


가만히 듣고 있던 누나가 내 편을 들어주기 위해 부모님의 답변에 화를 냈다.


"아니, 지금 애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으면, 힘들다고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얘기를 하는데, 지금 거기서 그게 할 말이에요?"

"너는 근데 또 부모한테 말을 그렇게 하니???"


그렇게 부모님과 누나의 언쟁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앉아 있던 나는 부모님과 누나가 말다툼을 하기 시작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갑자기 호흡이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호흡이 빨리 지니까 숨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계속 헐 떡 헐떡거리면서 심장을 부여잡고 소파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호흡이 되지 않으니, 팔다리가 마비되기 시작했다. 눈물은 계속 멈추지 않고, 눈의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몸의 통제권을 내가 잃은 느낌이었다. 몸 전신이 마비가 돼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의식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눈 앞이 새하얬다. 누나는 계속 울며 괜찮냐고 연신 나에게 물어봤다. 아빠도 괜찮냐고 대답을 해보라고 했다.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아빠가 내 팔을 잡고 깜짝 놀라시더니, 왜 이렇게 팔이 굳었냐고 했다.


"이러다 애 죽겠어 아빠! 빨리 119 불러!"


아빠는 119에 전화해서 아들이 숨을 못 쉬고, 팔다리가 굳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얼마 있어, 구급 대원 분들이 도착하셨다. 증세를 보아하니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이 온 것 같다고 하시며, 내가 진정할 수 있도록 호흡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내 호흡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괜찮으세요 아드님? 혹시 몸에 증상이 있다고 느껴지시면, 지금 저희가 응급실로 이송하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구급 대원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는 방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직도 그날 밤 집의 고요함이 잊히지가 않는다. 모두가 너무나 놀란 것 같았다. 아빠는 갑자기 어디론가 나가셨다. 누나도 약속이 있다며 밖에 나갔다. 나도 바람을 좀 쐬야 할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까 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날은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계속 휴식을 취했다. 이따금씩, 자꾸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조차도, 숨이 쉬어지지가 않고 손이 떨려서 게임을 할 수도 없었다. 


"하... 씨 미치겠네 진짜.."


누나가 그런 나를 발견하고, 아빠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아빠 어디야? 나 지금 나가야 되는데, 얘 혼자 두고 나가기가 좀 그래서.. 곧 끝나지?"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아빠가 일을 마치고 오셨다.


아빠가 당분간은 치료에 집중하자고 하셨다. 엄마는 내일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라는 곳에 발을 들였다. 동네에는 정신과 병원이 두 곳이 있었는데, 처음 간 곳은 예약을 해야 했다. 


"아, 원장님과 예약을 하시고, 진료를 보셔야 해서요. 오늘 토요일에는 힘들 것 같고, 월요일이나 돼야 가능하겠는데요?"


나는 월요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뭔가 빨리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병원에서 나와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뭐 때문에 오셨어요?"

"아... 그.. 저 공황장애.. 때문에요."

"아 앉아 계시면 원장님이 이름 불러 드릴 거예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내 이름이 불렸다. 


"서유덕 님."


"어떻게 오셨을까요?"

"아.. 그 제가 공황장애 같다고 하셔서요."

"증상이 어떠시죠?"

"음.. 어제 발작을 일으켰는데요, 과호흡이 일어나고..."


의사 소견은 내가 공황 장애가 맞다고 했다. 약을 처방해 줄 테니, 3일 먹어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 

집에 오는 길에 다시 발작이 오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바로 약 봉투를 열어 밥도 안 먹고 약을 먹었다.


 바로 방으로 들어가 호흡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아빠가 바로 따라 들어오셔서 나를 의자에 앉히셨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약을 먹어도 무슨 효과가 있는 것인지, 내 발작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삼수를 포기하게 되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공황 때문에, 도저히 공부할 여건이 안 될 것 같았다. 부모님도 내 상태를 보시고는, 이제는 수능 얘기를 꺼내시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병원 치료와 상담소 치료를 병행하며 공황 장애를 극복해 나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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