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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3. 2018

21살, 공황장애 - (4)

다시 수능에 도전하기로 하다.

3,4월 동안 알바를 했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뭐라도 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알바였다. 처음으로 시작한 식당 알바는 어려운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동네의 조그만 식당인데, 할 일이 뭐 그리 많던지. 청소부터 시작해서, 재료 손질, 서빙, 계산, 기본적인 반찬 제조까지.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주유소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알바를 하는 동안, 내 신분에 대해 묻는 어른들이 많았다. 식당 이모들부터 시작해서, 손님들까지. 


"학생은 학교 안 가요? 이 시간에 어떻게 알바를 한대?"


처음에는 너무 순진하게 "아... 저는 대학 안 다닙니다."라고 말하자, 몇몇 어른들은 나에 대해 판단하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안 했던 모양이구먼.. 껄껄"

" 아이고 그렇구먼.. 군대는 다녀왔나? 안 갔다고? 그럼 어떡할라고 그랴?"

"괜찮아.. 요새 뭐 방황하는 청년들 많던데.. 시간 가지면서 천천히 생각 혀."


나를 위로해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나를 걱정하는 말들 뿐이었다. 내 배경, 과정도 모르면서, 멋대로 판단했다. 나는 여기에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려고 했으나, 그게 말만큼 쉽지 않았다. 알바를 끝나고 항상 너무 스트레스받아 동네 친구와 매일같이 술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판단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 거짓말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21살. 내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하자, 어른들의 말이 바뀌었다.


"지금 군대 갈 때지. 어디로 가요?"

"아이고 고생하겠네 이제. 그래도 기특하네. 우리 아들은 군대 간다고 맨날 놀러 다니던데, 총각은 알바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맘은 편했다. 알바에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면, 이제는 가족과 친척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언니야, 요새 유덕이는 대학 갔나? 요새 뭐하나?"

"유덕이는 대학 갔어? 어디 갔어?"

"아들, 오늘은 뭐하고 지냈니?"


부모님이 친척들에게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은 사실을 숨기셨던 것 같다. 그러니까 더 위축되었다. 너무 스트레스에 받던 도중에,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인 형을 만날 일이 생겼다. 형은 내 사정을 듣자, 상담소를 추천했다.


"내 주변에도 상담소 같은 곳 다니는 사람 많아. 무슨 대단한 정신병 앓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냥 고민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면 가는 곳이야. 효과 본 사람 많아. 너도 한번 가봐. 내 생각엔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그때부터 상담소에 다니며 상담을 받았다. 조금은 내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루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내 안에서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3,4월 동안, 나는 내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만나는 지인들에게 전부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나같이 안타깝다는 얘기와 함께 그래도 네가 수능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제 수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너무 아팠다.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지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또 흔들렸다. 내가 괜히 감정적으로 선택을 한 건 아닌지. 아빠도 나를 계속 엄마 몰래 설득하셨다. 내가 다시 수능을 보길 원하셨다. 


시간이 계속 지나고, 나도 감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대학을 갔을 때와 안 갔을 때 상황을 비교해보며, 뭐가 나에게 득이고 실인지 따지기 시작했다. 정말 온전히 나만의 생각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알바 한 돈으로 친구들과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다.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떠나, 온전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친구들과 홍콩 여행을 하며, 밤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생각하다 보니, 나는 내가 감정적인 상태에서 결정을 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기분에 따라 확확 질러왔던 것이었다. 순간의 감정에 선택한 지난날들이 시간이 지나니 조금 더 이성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주변의 설득과 나 스스로의 생각의 변화에 의해 다시 수능 공부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과 상의 후, 내가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재수 종합반에 등록을 한 후, 5월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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