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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3. 2018

21살, 공황장애 -(3)

방황

잠에서 깨니, 엄마가 아침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어제 내가 가출했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채, 아침을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방에 멍하니 앉아 있으니, 아침에 어디를 다녀오신 것 같던 아빠가 집에 오셨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은 후, 아빠는 방에 들어와서 얘기 좀 하자고 하셨다. 순간 겁이 났다. 또 혼나고 부모님과 언쟁을 하게 될까 봐. 그렇게 부모님과 나는 소파에 셋이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어제 어디 갔었니?"


나는 내가 왜 집을 나갔고, 집을 나간 동안 어떤 생각을 했으며, 내 지금 생각은 이러이러하다고 부모님께 설명을 드렸다. 부모님도 내 얘기를 잘 들어주셨다. 그리고 부모님도 부모님 각자의 생각을 말하셨고, 내 편지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 아빠가 일주일 줄게. 네가 어느 학원에 가서 공부할 건지, 올해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계획을 짜서 보여줘."


부모님과 크게 의견 충돌 없이 얘기가 잘 끝나자, 기분이 되게 좋았다. 또 부모님과의 의견 충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하나 없이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얘기를 끝냈다.

그 이후, 일주일 동안 나는 내가 다닐만한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재수하는 동안 재수 종합반의 방식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는, 이번에는 독학 재수 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일주일 동안,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내 마음에 안정을 좀 찾을 필요가 있었다. 자퇴한 날 이후, 계속 마음속에서 미칠듯한 불안감이 올라왔다. 안정을 찾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했다. 



  엄마는 내가 빨리 공부를 시작하길 바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아빠가 준 일주일을 꽉 꽉 채워 썼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빠가 오늘은 엄마가 늦으실 것 같다며, 둘이 나가서 밥을 먹자고 하셨다. 집 앞에서 밥을 먹고, 아빠가 카페에 가서 얘기를 하자고 하셨다.


"결정했니?"


아빠에게 나의 계획과 내가 어떤 학원에 갈 것인지, 왜 이 학원에 갈 것인지를 설명해드렸다. 나는 이 정도면 독학 재수 학원을 반대하시던 아버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있잖니.. 유덕아, 아빠가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네가 그냥 다시 종합반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빠는 다시 반대를 하셨다. 그리고 아빠가 왜 반대를 하는지, 그냥 자신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당시 되게 당황스러웠다.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심사숙고해서 말씀드린 건데, 그걸 다시없는 얘기를 만드셨다.


"내일까지 생각해보고, 다시 아빠한테 얘기해."


그 당시 속으로 내일까지 생각하고 말고 가 어딨는가. 내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고 그냥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라는 말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아빠는 다시 나를 불러다 놓고 엄마와 함께 물으셨다.


"결정했니?"


나는 솔직히 내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부모님과의 의견 충돌이 시작됐다. 부모님은 언쟁에서 내 과거 재수 시절 자신들의 모습에 맘에 들지 않았던 내 모습을 말하셨다. 내가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말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근데, 엄마가 말하시다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내 모습에 대해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하셨다. 


결국 엄마의 말에 화가 폭발한 나는, 감정이 상당히 격해진 모습으로 엄마의 의견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말대꾸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가 했던 말에도 하나하나 격앙된 목소리로 말대꾸를 해나갔다.


절제할 수가 없었다. 이미 감정을 절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부모님과 언쟁을 펼쳤다. 그렇게 한참 말다툼을 하고 있던 와중에, 누나가 집에 왔다. 최근 들어 거의 매일같이 내가 부모님과 언쟁하던 모습을 지켜봤던 누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근데 그 날만은 달랐다. 


누나가 방에서 나와, 부모님에게 자신과 얘기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엄마는 맘대로 하라며 안방 문을 닫고 들어 가셨고, 아빠는 알겠다고 나보고 좀 진정하라고 하시면서 내 어깨를 토닥이셨다.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내 몸의 에너지가 전부 빠져나간 것 같았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한 것 같았다. 그렇게 누워있던 찰나에, 누나가 조심스럽게 내 방에 들어왔다. 나보고 자신에게 다 얘기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누나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던 와중에, 나는 굳이 내가 이렇게 가족과 심한 다툼을 하면서, 대학이 내게 가지는 의미가 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학과 수능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나와 대화를 하던 도중, 머릿속으로 대학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가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다음날 아침, 아빠가 아침에 내가 알아본 학원에 가보자고 하셨다. 나는 거기에 짧고 차갑게 대답했다.


"대학 안 갈래요. 저 그냥 공익 먼저 갈 거예요."


나는 예전에 한 눈 수술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이번엔 아빠가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옷을 챙겨 입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아빠가 따라 나오셨다. 


"그럼 지금 어디 가는 거니?"

"그냥 산책하러."

"아빠랑 같이 가자. 차에 타라."

"..."


차를 타고 어떤 절에 도착했다. 아직도 아빠가 나를 거기 왜 데려가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절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차에 올라타 아빠가 나를 어떤 카페에 데려가셨다. 그제야 아빠가 입을 여셨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거니?"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나는 공익 근무를 하며, 대학에 가게 싶은 마음이 다시 생기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편입을 하겠다고, 아마 내가 수능을 다시 보게 되는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아빠는 그건 정말 아닌 것 같다면서 나를 극구 말리셨다. 하지만, 아빠가 반대하시면,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이 아예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결론을 짓지 못한 채, 차에 다시 올라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아빠는 나에게 정말 그렇게 할 거냐고 다시 물어보셨다. 나는 그렇다고 말씀드렸다.

아빠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며, 그럼 엄마는 네가 알아서 설득하라고 하시며 집에 들어가셨다. 나는 그대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그 날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부모님이 잠드실 때쯤에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며칠 동안 계속 부모님을 피해 다녔다. 내게는 부모님을 설득시킬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부모님이 출근하시고 나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가, 부모님이 들어오실 때 즈음이면 밖에 나가, 혼자 피시방에 가거나, 그냥 동네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친구들도 전부 학교에 가서 만날 수도 없었다.


하루는, 집에 들어오는 길에, 엄마가 산책을 나오시던 참에 나와 마주쳤다.


"아들, 산책하면서 얘기 좀 하자."

"...."


엄마는 아빠에게 자초지종은 전해 들으신 것 같았다. 산책하시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내 계획을 말씀드렸다. 엄마는 네가 그렇다면,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아빠는 엄마가 설득해보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3,4월 알바와 휴식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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