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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7. 2018

21살, 공황장애 -(최종)

하와이에서 2017년을 보내다. 1년 동안 내게 남은 것.

크리스마스날 밤, 나는 동네 친구와 함께,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 여행이 그렇듯, 특유의 설렘을 가지고, 하와이에 도착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촌 형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주었다.


하와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장소였다. 매일같이 그냥 티셔츠에 수영복 바지를 입고 나가, 바다에 티셔츠만 벗고 뛰어들어, 깊은 바다를 맨몸으로 수영할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너무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매일매일이 행복한 꿈 꾸는 기분이었다.


특히 한 번은, 배 타고 태평양의 꽤 깊은 곳까지 나가, 스노클링 마스크를 끼고 바다에 들어가 돌고래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이었다. 돌고래들이 떼 지어 수영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저녁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숨 막히는 곳이 아니라, 하와이 사람들만 아는 로컬 플레이스에 사촌 형, 친구와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곤 했다. 석양이 지며 하늘이 빨갛게 물들고, 철썩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 1년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많은 힘들었던 일이 어떻게든 다 지나고, 나는 이제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1년을 뒤돌아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재수가 끝나고 맘 졸이며 합격을 기다리던 일들, 자퇴를 하고, 한참을 방황하다가 다시 입시에 도전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삼수를 그만두고, 공황 장애를 겪고, 미국 여행을 가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다시 주유소에 가 알바를 하고, 결국 이렇게 마지막엔 하와이에 와있었다.


내 짧은 21살 인생에, 이렇게 다양한 일들로 1년이 채워진 것이 처음이었다. 그냥 학창 시절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친구들과 축구하고, 게임하러 가고, 졸업하고 나서는 재수학원에 다닌 게 끝이었으니, 세상을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내 나이 또래들이 겪었던 경험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가 더욱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대 대학생들의 이야기부터, 30대 사회 초년생들의 사회 적응기, 40,50대의 삶의 다양한 고충이 담긴 이야기들, 60,70대들의 삶을 이제 조금씩 내려놓는 이야기들까지.


지나고 보니, 전부 좋은 추억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정말 하나하나 쉽고 가벼운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지나 생각해보니, 내가 성장하는데 좋은 거름들이 되어 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좁은 시야에서 생각하고, 내 한정된 생각만으로 세상을 바라봤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힘들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세상 사람 전부가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에겐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사정을 듣고,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며 공감하는 게 여간 즐거운 일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깨닫게 되다 보니, 내가 무얼 하고 싶었는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나는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하와이에 있는 동안, 사촌형이 미국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마, 하와이에 있는 동안, 사촌형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내가 유학을 결정하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정말 마지막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나는 하와이에서 꿈같은 열흘을 보낸 후,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지난 4월의 홍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행에 와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 저 유학 가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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