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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 Dec 28. 2018

22살, 유학 -(1)

미국 유학을 결정하다.

"저, 유학 가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의 반응이 각자 다르셨다. 엄마는 찬성하셨으나, 아빠는 반대를 하셨다. 아빠는 네가 유학을 가겠다는 결정이, 뭔가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 입시에서의 거듭된 실패로 인한 도피성으로 인한 결정인지 물으셨다. 엄마도 내 유학에는 찬성하셨으나, 아빠의 말에는 동의하셨다. 


엄밀히 말하자면, 둘 다다. 아빠가 정확히 요점을 잘 짚으셨다. 나는 숨기지 않고, 아빠에게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나는 어쨌거나 저쨋거나, 한국 입시에서는 거듭된 실패를 거두었으며, 더 이상 한국에서 입시를 할 의지도, 노력도 없으며, 건강 상태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환경을 아예 바꾸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고, 밖에 나가 세상을 조금 더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빠는 지금의 선택이 니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고 계속 물으셨다. 이 물음에도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일단 부딪혀 볼 거라고 말씀드렸다. 계속 신중하게 선택하다가는 내가 선택을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빠는 네가 확실한 무엇을 이루겠다는 목표 없이, 그런 두루뭉술한 목표로 유학에 가는 것은 반대라고 하셨다. 정말 이도 저도 안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차라리 수능을 다시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첫 담판은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하와이에서 돌아온 이후, 나는 인터넷을 이 잡듯이 뒤져, 미국 유학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혼자 강남에 있는 여러 유학원에 들러 상담을 받기도 하고, 주변에 유학 다녀온 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유학을 갈 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갔는지, 어떻게 유학생활을 보냈는지, 지금은 그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도 전부 물어보았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선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정보가 충분하다고 느껴졌음에도, 계속 끌어모았다. 부모님의 물음에 완벽히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강남에 있는 토플 학원에 등록을 했다. 유학을 가든 안 가든, 어학점수는 만들어 놓는 게 좋다는 핑계와 함께, 토플을 공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 공부해본 토플은 꽤나 어려웠다. 모르는 단어들 천지였으며, 수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문 길이와 난이도의 리딩 파트, 학문적인 주제로 엄청난 양의 정보와 길이를 자랑하는, 정말 원어민들의 대화를 옮겨 온 것 같은 리스닝, 우리 말로도 15초 이내로 생각하고 답변하기 힘든 스피킹 주제들, 엉망인 문법들로 작성한 원어민 초등학생 수준의 글을 선보이는 나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영작 글쓰기까지...


 토플을 105점으로 졸업한 동네 친구가 얘기할 때, 수능과 토익은 상상도 못 할 난이도라더니, 정말 그런 말을 할 만했다. 자기도 105점 따내려고 거의 1년이 걸렸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2월부터 토플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 스터디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꾸준히 하기로 했다. 이제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데, 계속 스스로가 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을 보내면서 땅을 치게 된 자존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계속 뒤로 잡아당겼다.


'도피 유학생이라면서 손가락질받으면 어떡하지?'

'내가 이 비싼 돈을 내면서 유학할만한 가치가 있는 놈일까?'

'가서 혼자 지내며 공황이 심해지면 어떡하지?'

'지금 유학 가면 병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등과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내가 계속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보이자, 아빠는 물론, 처음에 찬성하셨던 엄마조차도 내 유학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셨다. 


일단은 토플을 보기로 부모님과 약속했으니, 머릿속의 고민들은 시험을 치고 난 후에 하기로 했다. 그렇게 2,3월을 토플을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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