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덕 Dec 28. 2018

22살, 유학 -(2)

토플 시험

2,3월 토플 공부를 하고, 4월 초로 시험을 신청했다. 그래도 꾸준히 선생님들이 시키는 것을 한 덕분인지, 실력이 처음에 했을 때보다는 많이 늘었다. 하지만, 수능에서 배운 경험인 노력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처음이고 하니,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80점의 토플 점수를 요구했기 때문에, 나는 시험 목표 점수를 80점으로 설정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80점은 해볼 만하다는 점수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글에서는 토플 80점도 못 맞으면 영미권 유학 가면 안된다는 글이 있을 정도였다.


처음 보는 토플 시험이고, 수능과 달리 1년 동안 여러 번 볼 수 있는 토플 시험이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을 덜어내고, 시험장에 들어섰다. 


시험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리딩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읽히는 것이었다. 학원에서 봤던 모의 테스트나, 집에서 혼자 준비했던 모의 테스트보다도 쉬운 난이도였다. 보통 토플 리딩 한 지문에 2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 나는 첫 지문을 10분 만에 다 풀어냈다. 


너무 잘 읽혀서 당황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지만, 자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침착하게 두 번째 지문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지문은 더욱 이상했다. 그냥 술술 읽히는 게 이상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뭐지? 내가 잘못 푸는 건가? 이럴 리가 없는데..? 원래 지금쯤 왜 이렇게 어렵냐며 속으로 욕하고 난리를 쳐야 정상인데..'


두 번째 지문도 10분 만에 풀어냈다. 바로 세 번째 지문으로 넘어갔다. 세 번째 지문은 조금 까다로웠지만, 앞에서 시간을 많이 남겨둔 덕분에, 차분하게 풀 수 있었다. 


그렇게 리딩을 끝내고, 리스닝 파트로 넘어갔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이런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리스닝이 사실 제일 초집중을 해야 하는 파트였기 때문에, 그래도 긴장을 어느 정도 하고 리스닝을 듣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헷갈리는 문제없이, 정답이 딱딱 나왔다. 


'야 이거 뭐냐 도대체..?'


마음속으로 계속 이게 실화인 건가를 되뇌며 문제를 풀었다. 마지막에 다른 사람들이 스피킹 파트를 시작해서 몇 문제를 듣지 못해 놓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풀어낸 것 같았다. 


그렇게 앞의 두 파트를 끝내고, 나는 10분 동안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예상외로 문제들이 너무 쉽게 풀려서, 내가 잘한 건지, 아니면 문제가 쉬운 건지 헷갈렸다. 그때, 수능의 기억이 떠올랐다. 수능을 떠올리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만 쉬운 게 아니겠지. 김칫국 마시지 말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스피킹 시험을 시작했다. 근데 이게 웬걸, 유형이 여태 나오던 유형과 다르게 출제되었다. 신유형이 나온 것이다. 15초의 준비 시간 동안, 당황해서 답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나는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첫 문제를 풀었다. 거기에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답을 생각해내지도 못했고, 발음도 꼬이고 그냥 했던 말을 계속하며 어..어.. 과 같은 말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렇게 스피킹 영역이 후다닥 지나갔다.


'아오 씨... 어쩐지 잘 풀린다 했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라이팅 영역으로 넘어갔다. 내가 라이팅을 할 때, 주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피킹을 하고 있었다. 침착하고 또박또박 답변을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옆의 분은 많이 당황하셨는지 어..음... 만 연신 말하고 계셨다.


나는 사람들의 스피킹 소리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라이팅을 시간 내에 간신히 써냈다. 라이팅 역시 아무 말 대잔치인 것 같았다. 


그렇게 시험을 다 보고, 집에 돌아왔다. 스피킹과 라이팅을 좀 망친 것 같았지만, 합산 80점만 넘으면 됐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다. 수능과는 다르게 전혀 부담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몇 주 뒤, 성적이 나왔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어 보았다. 여느 때처럼 적당한 긴장감 속에 메일을 열었다. 처음에 딱 눈에 들어온 숫자는 91. 


"얼레? 뭐지?"


총점이 91점이 나왔던 것이다! 80점만 받아도 만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시험에서 그것보다 11점이나 높게 받았다. 


그 날 저녁, 부모님께 내 토플 점수를 말씀드렸다. 목표 점수보다 높게 나왔으니 잘하셨다고 하셨다. 


"잘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일단, 유학원 돌아다니면서 상담 좀 받아보려고요."

"그래, 시험은 한번 더 볼 거야?"

"예?"


엄마는 내가 시험을 한번 더 보길 원하셨다. 첫 시험에 91점이면 충분히 두 번째엔 100점을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물론 나도 한번 더 볼까 생각했다. 스피킹과 라이팅만 조금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100점은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80점이 넘었는데, 또 비싼 응시료를 내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유학원을 다니며 상담을 받길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2살, 유학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