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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0. 2018

20살, 재수 도전기 - (1)

두 번째 수능 도전

    재수를 결정하기까지 여러 얘기를 들었다. 재수를 하셨던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알바를 하면서 만난 지 1달 되었던 삼촌들의 얘기까지. 사실 그런 얘기들은 들을 때는 열심히 들으며 머릿속에 저장해놓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그냥 결국에는 내 의지대로 마지막에 선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16년 2월 15일에 서초역에 위치한 재수 종합반에 들어갔다. 아침 7시쯤 가서 하루 종일 학원에 박혀 저녁 10시가 돼서야 일과가 끝나는 일정. 다른 것도 할 수 없으며 오직 책만 쳐다보며 공부를 해야 하는 시스템.  거의 9달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학원의 규율은 내가 생각한 거보다 매우 엄격했다. 정말 별의별 것들도 다 규제했던 것 같다. 특히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원내에서 대화 금지였는데, 사람이 어떻게 하루에 15시간 동안이나 다른 사람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단 말인가. 머릿속에서는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대화 장소는 원내의 옥상인데, 이 옥상마저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못하게 하니까, 처음에는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라, 조금 답답하긴 했어도 잘 참고 다녔던 것 같다.  내가 처음에 학원에 들어갔을 때 놀란 것이, 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반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만화가를 꿈꾸다가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29살 형부터 시작해서, 교대를 꿈꾸고 온 25살 형, 삼수생이던 형, 누나들도 많았다.


 다른 반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았고, 학원에는 심지어 한의대를 꿈꾸고 학원에 들어오신 40대 아저씨도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상경한 친구들도 있고, 서울 다양한 동네에서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로서는 퍽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세상에 정말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인생에 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3월, 4월이 지나고 같은 반에 있는 사람들이랑 하나둘씩 친해지고, 4월 달 모의고사가 끝나고 내가 반에 남자들에게 토요일 저녁에 자습이 끝나고 가볍게 풋살이나 하자고 제안했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다들 친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다들 나와 비슷했다.


대부분이 그렇듯, 성적이 꽤 잘 나오다가 수능 때 자신이 목표하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재수 학원에 왔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이야기들이 또 하나의 동기부여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큰 동기부여를 줬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교대를 꿈꾸고 왔던 25살 형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였던 나는, 형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수능을 본지 거의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전을 하시는 거라고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 유형도 다 바뀌고 시간도 많이 지나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1년 정도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서 6월 모의고사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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