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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0. 2018

20살, 재수 도전기 - (2)

슬럼프, 허리 부상

    6월 모의고사 날은 학원에서 실전처럼 연습하기 위해 반을 이동해서 시험을 본다고 했다. 수능 보기 전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인 평가원 모의고사. 드디어 15년도에 본 수능 이후에 제대로 내 전국적인 객관적 지표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었다.


반 친구들도 다들 잘 볼 수 있다며 파이팅하며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역시 중요한 시험이라 그런지 나는 속으로는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시험을 본다는 반으로 이동해서, 자리에 앉아 목을 축이며 긴장을 좀 풀어 보려고 했다.


  드디어 시작된 국어 시험시간. 국어 시험지를 받고, 침착하게 내가 풀던 방식으로 풀기 시작했다. 근데 풀다가 새로운 유형이 나왔다. 그것도 한 문제가 아니고 여러 문제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왔는데, 중요한 시험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오니까 또 엄청 긴장하고, 머리가 새 하애 지기 시작했다.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작년 수능이 끝난 지 거의 반년이 넘게 지난 시점인데도, 나는 똑같은 문제로 내 실력을 또 보여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더 당황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지문 정도 찍어서 냈다. 혼란스러웠다. 작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한번 더 도전을 한 거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같은 문제로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렇게 멘탈이 부서진 나는 수학도 국어의 충격으로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 물론 수학이 내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실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수학 시간 내내 국어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과목을 다 망쳐버리고 난 후, 반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반 친구들과 시험에 대해 얘기했다. 국어가 새로운 유형이 나와서 너무 어려웠다, 수학도 너무 어려웠다 등등... 그래도 다들 당황했다는 말 정도였을 뿐, 나처럼 거의 10문제를 통으로 날려버린 사람은 없는 듯했다.


  밥을 먹고 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영어 시간. 밥을 먹고 친구들과 얘기하며 멘탈을 좀 회복하여 시험에 임했던 나는 영어를 잘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못 보지는 않았다는 생각으로 답안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탐구 시간까지도 멘탈을 잘 지켜내고 시험을 끝냈다. 오전 시험은 망쳤어도 오후 시험에는 현역 때와는 다르게 멘탈 관리를 잘해서 선방을 해냈다는 사실에 오전 시험의 충격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몇 주 뒤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작년 수능과 별로 다를 거 없었던 국어와 수학 성적.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멘탈 문제를 오후에 잘 극복해낸 것에 좀 더 중점을 두며 다시 잘 준비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해나가기로 했다. 6월이 끝난 이후 나의 다짐은 9월 평가원 모의고사까지 정말 칼을 갈아서 오전에도 내 실력은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객관적인 실력도 많이 올려야 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내 체력도 슬슬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모두 힘들었는지, 반에도 조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밥 먹고 난 이후의 자습시간일 때면 모두 졸음과 싸움을 해야 했다.


나 또한 덥다 보니까 하기도 싫고, 계속 잠이 와 참으려고 해도 졸고 또 졸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너무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졸았던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슬럼프가 오기 시작했다. 책을 보기만 해도 지루하고, 잠 오고, 하기도 싫었다. 그냥 밖에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시원하게 피시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도 아이들이 해이해지는 걸 인지하셨는지, 더욱더 아이들을 향해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힘들면 으쌰 으쌰 해서 끌어가시는 스타일보다는 더욱더 가혹하게 밀어 붙어서 이겨내야 한다는 방식을 고수하는 분이셨다.


물론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따라가지도 못했다. 안 그래도 힘든 재수생활인데, 나를 포함해서도 그런 관리를 받으며 이 힘든 생활을 견디기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학원을 나가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과 잘 안 맞아서 학원을 그만둔다는 친구들, 학원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친구들.


 나도 그만두려고 했었지만,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나는 그냥 학원에 남기로 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나가자, 점차 학원에 나가고 싶다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분위기가 처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어느 날 허리를 숙였다가 일어났는데 허리가 정말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에 허리까지 아파오니 정말 공부하기가 싫었다. 그냥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며칠동안은 거의 기어다니는 수준으로 걸어다니고, 계단을 걸을때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정말 움직이기도 힘드니 학원도 오기가 너무 싫었다.


너무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하루는 내가 정말 학원에서 믿고 의지하던 형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형은 예전 자신의 얘기를 해주시면서 내 마음이 정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네가 꼭 좋은 결정을 내려서 다시 방향을 잡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형의 말에 힘 입어, 9월을 바라보며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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