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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0. 2018

20살, 재수 도전기 - (3)

9월 모의고사, 동국대학교

그렇게 힘든 여름을 보내고, 밤에 조금씩 쌀쌀한 바람이 불 때 즈음에 9월 모의고사 날이 왔다.

9월 때는 꽤나 많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스스로 느꼈다. 멘탈적인 부분으로나, 실력적인 부분으로나 예전보다 문제를 푸는 속도나, 실수 여부, 객관적 실력 모두 더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자신감이 차 있는 상태에서 9월 모의고사 날이 오게 되었다. 근데, 무슨 연유인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칠 수 없게 되었고, 노량진에 있는 학원으로 이동해서 시험을 치게 되었다. 처음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것 또한 실전 연습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모의고사 당일 아침에 버스에 올라 노량진에 있는 시험장으로 향했다.


다들 버스에서 떠들며 소풍을 가는듯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 평소와 같았으면 나도 이때 기회다 싶어서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었겠지만, 조금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 몇 명과 노량진 구경을 하기로 약속하고, 각자 자리에 착석했다. 낯선 환경이라 긴장됐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오늘 시험만큼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렇게 국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시험을 풀기 시작했다.


국어는 역시 6월에 나온 신유형 구조대로 출제하였다. 6월 이후로 선생님들이나 스스로도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당황하지 않고 풀어낼 수 있었다.  이번엔 통째로 찍은 지문도 없었고, 문제를 다 풀어서 냈다. 답안지를 제출했을 때, 난이도가 좀 있던 탓에 잘 봤다는 말은 섣불리 할 수 없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다 풀어냈다는 사실에 기뻤다. 분명히 개선이 되었다는 결과였다.


수학은 사실 9월까지도 조금 자신이 없는 탓이라 풀 수 있는 문제만 풀자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다. 국어에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학에서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풀어낼 수 있었다.


수학 시간이 끝나고, 도시락을 받아 들고 각자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시험 얘기를 했다. 올해 수능은 어려울 것 같다부터 시작해서.. 오늘 저녁은 술이나 진탕 먹어야겠다는 친구들까지.. 오전 시험 때문에 바짝 긴장되어있던 기분이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점심시간 이후에  내가 자신 있어하는 영어 시간이 왔다. 6월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겠다고 이를 갈고 있었던 과목이었다. 조금 헷갈리는 문제들이 있긴 했지만 잘 풀어낸 것 같았다. 탐구 과목도 두 과목 다 만점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엄청 열심히 풀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났다. 평소라면 학원에 남아 채점을 하고, 10시까지 오답노트를 해야 했지만, 오늘만큼은 노량진까지 온 만큼 그냥 집에 보내준다고 했다. 시험도 끝났고, 시험을 못 본 것 같지도 않아서, 일단 오늘만큼은 놀기로 했다.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피시방도 가고, 맛있는 밥도 먹었다. 정말 신기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첫 단추인 국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잘 풀어내니까, 남은 시험도 전부 내 100퍼센트를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주 뒤 받아 든 성적표. 수학 성적이 좀 낮게 나왔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았다. 어차피 이것이 본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이 낮게 나왔건, 높게 나왔건, 실수를 했건 안 했건, 아깝건, 안 아깝건 그런 건 전부 상관없었다. 그냥 내 객관적 위치가 이 정 도구 나를 확인하고, 이제 수시를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나는 고3 때부터 쭉 수시로 논술 전형을 준비해왔다. 그중 특히 재수 기간에는 동국대 논술을 중심으로 준비를 했었는데, 학원에 있는 논술 선생님이 내 글 쓰는 스타일이나, 지문 해석력을 고려해봤을 때, 동국대 합격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하셨다. 그리고 시험 날짜가 다가왔을 땐, 그래서 나는 당연히 수시 1순위 타겟을 동국대로 삼고 준비했다.


동국대 논술 시험은 수능을 보기 전에 한 달 전 즈음에 있었는데,  일단 동국대 시험이 있는 달에는 거의 논술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험 당일날, 우리 반에서도 동국대를 지원한 사람들이 몇몇 있어, 학교에서 만나 서로 잘 보자고 파이팅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2년 동안 준비하고 고3 때는 최저를 못 맞춰서 구경도 못했던 실제 논술 답안지를 처음으로 받아 들었다.


문제는 꽤 복잡했다. 특히 마지막 문제가 글자 수를 많이 써야 해서 나로서는 골치를 썩었는데, 정말 마지막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글자 수를 채워나갔던 것 같다. 정신없이 시험을 보고 나니, 다시 학원에 돌아가야 했다. 못 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 쓴 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최저 등급을 충족시키면 경쟁력은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수능을 잘 쳐야 이런 걱정도 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시험은 잠시동안 잊고 수능을 다시 열심히 준비하기했다. 학원에 돌아가기 전에 동국대 근처를 구경하면서, 이 학교에 합격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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