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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Dec 21. 2018

20살, 재수 도전기- (5)

결과, 논술

수능이 끝난 후에 계속 맘 편하게 놀았다. 고3 때와는 다르게 수능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온전히 느끼며 제대로 놀 수 있었다. 그렇게 즐기다 보니, 금방 성적표가 나올 날이 다가왔다. 성적표 나오는 날 아침에 엄청 긴장된 상태로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어 성적표를 열어 보았다. 성적표를 열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욕이었다.


" 와... 씨X..."


국어와 사회문화 성적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두 과목을 망친 줄은 알고 있었지만, 탐구 과목은 제2 외국어 점수가 운 좋게 그럭저럭 나왔다고 해도, 국어 점수는 커버가 불가능했다. 바로 방으로 달려가 작년 수능 성적표와 비교해보았다. 수학과 윤리 과목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 상승이 보이지 않았다. 영어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했다. 한동안 생각 없이 모니터만 생각 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걸 부모님한테 어떻게 설명하지?'

'지난 9개월간 뭘 한 거지?'


등과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제가 지원한 논술 대학들의 최저를 대부분 다 맞췄다는 것이다. 상향으로 지원한 학교는 맞추지 못했지만, 내가 1순위로 준비해온 동국대의 최저를 맞췄으니, 이제 거기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일단 부모님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말씀드릴 자신이 없었다. 벌써 실망하실 것 같은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렇게 하루 종일 침울해있던 찰나에, 동네 친구들이 전화가 왔다.


"야 유덕 피방 가자!"


그렇게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찰나에,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 동국대 수시 논술 전형의 합격자가 발표되었으므로 지원자들은 사이트에 접속해 합불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멍하니 문자를 보고 있으니까,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인하대 수시 논술 전형의 합격자가 발표되었으므로 지원자들은 사이트에 접속해...'


그렇게 나는 친구들이 열심히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먼저 인하대. 하향으로 썼던 대학이고, 시험날 응시인원의 반이 응시하러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합격 가능성이 좀 높다고 생각한 대학이었다. 초긴장된 상태에서 합격자 확인을 눌렀다.


'귀하는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아.. 씨..."


침착하게 내 모든 사활을 건 동국대를 확인하기로 한다. 더욱더 긴장된 상태에서 합격자 확인을 눌렀다.


'귀하는 예비 번호 3번입니다.'


"헉....."


3번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이걸 기뻐해야 하는지, 큰일 났음을 깨달아야 하는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빠르게 작년에 몇 번까지 추가 합격이 돌았는지 확인해보았다. 2번까지 추가합격이 되었다.

친구들은 옆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연신 해주었다. 


나는 친구들의 축하에도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하필 2번도 아니고 3번이면, 합격보단 불합격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 아닌가. 마지막 희망마저도 확률이 낮다는 생각에  그냥 멍하니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날 저녁 집에 돌아가서 동국대학교 예비 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부모님은 일단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리고 성적표를 내밀었다. 아빠는 일단 동국대학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크리스마스날까지 기다리고, 그 이후에 대책을 세워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 날이 오고, 내 핸드폰에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결국 불합격을 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앞의 예비 번호가 빠지고, 내 앞에 1명이 있었다. 근데 여기서 더 이상 예비번호가 돌지 않았다. 내 앞에서 끊긴 것이다. 끝까지 희망고문에 시달렸던 나는,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부모님이 동국대는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잊으라고 하셨다. 이제는 아쉽지만, 정시로 지원할 수 있는 맘에 드는 학과, 학교를 찾아보라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렇게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혼자 진학사 사이트에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들을 보았다. 고3 때 갈 수 있었던 대학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일단 지원은 해야겠으니, 지원을 하고 정시 합격 여부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두 번째 입시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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