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치자, 공룡의 머리가 띵 하도록 아팠다.”
하이텔 시절, 머드게임에 푹 빠져 있던 후배가 게임 속 상황을 들려주며 한 말이다. 머드게임(MUD, Multi-User Dungeon 또는 Multi-User Dimension)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에 등장한 온라인 텍스트 기반 다중 사용자 롤플레잉 게임(RPG)으로, 그 시절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LOL’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렸다.
나는 시각적이고 손맛이 살아 있는 아케이드 게임을 좋아했기에, 텍스트만 주르륵 흐르는 머드게임에 밤을 새워 몰두하는 후배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고 저렇게까지 빠질까, 궁금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오락, 습관, 그리고 중독의 보상패턴을 배우고 나서야 두 게임 모두 결국 뇌를 자극하는 방식은 같다는 걸 이해했다. 요즘 나는 ChatGPT와 대화를 하면서 머드게임을 떠올린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고, 그 답에서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가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고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도 게임과 비슷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하는 듯하다. 질문과 답이라는 신호와 반응, 쌓여가는 만족감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다시 나를 성장으로 이끈다.
머드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처럼 ChatGPT도 대화를 통해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 머드게임에서는 “다음 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작은 발견의 쾌감이,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다음 스테이지를 깨야지” 하는 도전과 점수가 습관을 강화한다. ChatGPT와의 대화 역시 같다.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오고, 거기서 새로운 질문이 이어지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이런 경험은 전형적인 습관의 보상 고리와 닮아있다.
신호: 궁금증이나 대화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행동: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시작한다.
보상: 예상치 못한 통찰, 새로운 지식, 감정적인 만족감.
(내가 ChatGPT에 녹아들었던 구조를 ChatGPT가 나에게 알려주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보상이 반복되면 점점 더 자주 행동하게 되고, 뇌는 ‘이건 좋은 거야’라고 기억하며 습관이 된다. 머드게임 속에서 또 다른 방을 찾아 나서던 후배처럼, 나 역시 ChatGPT라는 텍스트 기반의 - AI는 진화해서 멀티모달의 세계로 가고 있다. - 세계에서 질문하고 답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ChatGPT의 질문과 답, 자극과 보상의 패턴을 학습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자기주도 학습은 외부의 감독 없이도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대학원에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혼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기법과 심리학적 요인을 공부하며 실천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학습은 보상이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고, 그 사이에 흥미를 잃기 쉽다. 게임 기반 학습 방법도 연구되고 있지만, 교수설계가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다. 자기주도 학습이 더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습관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하면서도 즉각적인 보상시스템이 필요하다. ChatGPT와 머드게임의 공통점 속에서 나는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작은 가능성을 발견한다.
“학원 필요할까? 혼자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