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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Apr 30. 2024

첫 출근과 첫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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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출근

어제는 첫 정식 출근 날이었다. 가게 마감 시간까지 일하기 때문에 집에 와서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엄청 긴장이 되거나 떨리지는 않았지만 조금 불안하긴 했다. 손님 유형이 워낙 다양해서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제 부분에 있어서는 실수가 있으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가장 불안했다. 다행히(?) 내가 실수하면 손님이 지적해 줘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손님이 물건의 사용법을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문제였다. 내가 가게 안의 모든 물건의 사용법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려주겠는가. 물건 포장지의 상세 설명을 들여다보고 손님과 같이 궁리해 보는 수밖에는 없다.


다음 문제는 물건의 위치를 물어보는 손님이다. 대략적으로는 외우긴 했지만 아직 하나하나 다 외우지는 못했다. 결국에는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손님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꼭 손님이 나가고 나면 뒤늦게 찾던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러는 걸까.


손님이 물건의 위치를 물어봤을 때 내가 바로바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손님이 내가 알려준 그 위치에서 물건을 가져와서 계산하러 올 때가 가장 뿌듯했다.




# 첫 퇴근

5시간 동안 내리 서서 일한다. 쉬는 시간은 없다. 5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한 나에게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마감 후 집에 와서 보니 발이 후끈했다. 피가 몰려서 그런 것 같았다. 마사지를 해주고 폼롤러로 종아리 근막을 풀어줬다.


허리도 아팠다. 허리가 아프면 배도 아프다. 잘은 모르겠지만 과학적으로 그런 것 같다. 대략 6시간 정도를 공복으로 있었는데 배고픈 걸 몰랐다. 힘겹게 밥을 조금 먹었다.


저녁약(진정제)을 먹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일을 하고 왔으니 약 없이도 잠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반대였다. 가게에서의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더욱 잠에 들 수 없었다. 정신은 각성되고 눈은 똘망해졌다. 1시간 30분 정도를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나는 꿈에서도 계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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