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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나가면 정면에 뒷산이 보인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엔 아카시아 냄새가 담겨 있다. 상쾌하다.
아카시아 냄새에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산 아래 아카시아 나무가 늘어선 흙길에서 배드민턴을 치곤 했다. 동네에 아카시아 냄새가 퍼지고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면, 배드민턴을 치던 그날들이 떠오른다.
지금 그 길은 포장도로가 되었다. 철길도 들어섰고, 빌라도 생겼다. 그러나 아카시아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코를 간질인다.
주변에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름이 다가오면 개구리가 운다. 옛날에 엄마가 “개구리 소리가 정겹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왜인지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그래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