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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의사 앞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우선은 13일간의 단약(약을 끊음) 후기를 알려줘야 하겠다. 나는 아직 약이 필요하다는걸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단약 기간 동안 브런치에 쓴 글들을 순서대로 읽어보았다. 처음 3일까지는 별 이상 없다가 4일 차에 악몽을 꿨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6, 7일 차는 힘들긴 하지만 큰 이상은 없었다. 그러다가 8일 차부터 10일 차까지는 기분이 크게 오락가락했고 악몽도 많이 꿨다. 그리고 대망의 11일 차부터 13일 차까지. 나는 오열했고 매 순간 자살 생각을 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약을 털어 넣었다.
다음으로 의사에게 할 말은 알바 합격 소식이다. 지난달에 병원에 갔다 온 후 약 일주일간 알바 구직 활동을 했다. 단약 10일 차에 알바에 합격을 했고, 12일 차에 첫 교육을 받았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4주째다. 이번 주 금요일에 첫 월급을 받는다.
단약과 첫 알바 활동이 겹쳐서 무지막지한 우울감과 불안감이 밀려왔었다. 그럴 땐 정말 죽음밖엔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내몰린 상황에서는 눈물만 계속 터져 나온다.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후로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또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그건 저녁약에 관한 얘기다. 나는 저녁약을 먹지 않더라도 잠에 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입면은 여전히 어려웠고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 알바를 한 날은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정신을 각성시키고 심장을 뛰게 만든다. 반대로 알바를 하지 않는 날은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져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아무튼 입면이 힘들다.
그런 고로, 나는 아직 약이 필요하다는 말을 의사에게 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