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병원에 가는 날은 조금은 여행하는 느낌이 난다. 병원이 타지에 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간다. 도착해서는 늘 가던 길로만 다니지만.
의사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오늘은 기존 약사님이 바쁘셔서 안에서 다른 약사님이 나와서 복약지도를 해주셨다. 친절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옷 가게에 들렀다. 직원은 유능했다. 옷의 위치를 외우고 있었고, 손님을 응대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내가 직원이었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월급도 받고, 알바 생활이 조금 안정적으로 되면 여행을 가고 싶다. 작년 10월 부산에 갔다 온 이후로 쭉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발이 아팠기 때문이다. 이젠 여행을 ‘꿈꿀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