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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맨 Nov 29. 2021

단골 만드는 비법

     

체인 모집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분점을 내고 싶다는 30대 남자 a군이 찾아왔다. 내 가치를 인정받은 느낌이라 그의 방문이 고맙고 반가웠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대책 없는 퇴직이 아쉬웠고, 무모한 자영업으로의 도전에 걱정이 앞섰다. 나로서는 기술 이전비 명목으로 적당히 돈을 받고 분점을 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량하게 보이는 그의 앞날에 일어날 실패를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내가 직접 겪으면서 느낀 외국 음식점의 현실을 이야기하였다. 그중에서 외국 음식점은 개업 후 입소문이 나도 3년, 외면을 당하면 1년 이내에 망한다. 외국음식은 한식과 달라서 한 지역 내에서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가 없다. 기존 손님들이 모두 다녀가는 기간이 2년이고 나머지 1년은 미련을 가지고 버티다 벌어놓은 돈을 탕진하고 폐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현실을 설득시켜서 스스로 포기할 것을 기대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과 빨리 성공하고 싶어 하는 조급증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예전의 나도 그랬다. 내가 멕시코 음식점을 차리면 손님들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모든 창업은 나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빨리 고객들에게 알리고 인정받느냐에 달려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창업할 때와 지금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가장 큰 변화는 폴더폰에서 스마트 폰으로 바뀌면서 손님과의 소통 방식이 변한 것이다. 나는 폴더폰 시대에 적은 돈을 투자하여 7평의 가게에 테이블을 4개로 시작하였다. 가게 앞을 지나는 나의 잠재 고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비싼 돈을 들여 세련되고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하였다. 입구에 세워 놓은 메뉴판과 개업 화환으로 나의 영업 시작을 알렸다. 가게 앞을 지나는 잠재 고객들은 화환을 보고 개업한 집인 줄 알았고, 멕시코 스타일의 컬러풀한 장식과 낯선 나라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신규 고객이 들어왔다. 나는 개업 답례품이나 특별 할인으로 신규 손님을 환대하였다. 신규 손님이 ”뭐가 제일 잘 나가요? “라거나 ”뭐가 제일 맛있어요 “라고 포괄적 질문을 하여도 내용물과 먹는 방법에 대하여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오늘의 추천 메뉴나 어울리는 음식도 추천해 주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말을 하면서 주인이 착한 심성을 가졌다는 것과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판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이들은 다른 지인들을 데리고 오면서 나의 기존 고객이 되었다. 이들과는 더 이상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서 어떻게 배웠느냐”로 시작하여 여행 경험이나 요리법, 인생사로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진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아주 조금씩 서로의 사생활도 알게 되어 친근한 사이로 발전한다. 나는 그들을 단골이라 부른다.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 알고, 이심전심으로 마음도 통하는 손님이다.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가게 탐방 후기를 올려주고, 남의 기사에 적극적으로 “좋아요”라고 리뷰를 달아주기도 한다. 나아가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맛집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도 해 준다. 물론 나도 단골이 오면 안부를 묻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기에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실 처음 온 손님에게는 콜라나 나초칩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 지나친 서비스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골에게는 그런 부담이 없다. 그들도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 데이처럼 특별한 날이면 나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더운 날이면 아이스커피도 한잔 사주고 가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는 솔직한 맛 평가를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나의 재산이다. 나는 그런 충성 고객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현한다. 지금도 그들의 광고와 추천 덕분에 직접 홍보를 하지 않아도 신규 손님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폴더폰 시대의 소통 방법이 대화였다면 스마트 폰 시대에는 검색이다. 가게 음식의 특징이나 상차림, 가격, 맛 리뷰 등을 속속들이 검색한 다음 메뉴를 결정하여 들어온다. 가게에 와서도 주문을 한 후 게임이나 영상을 보느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며 앉아 있다. 나에게 물어볼 말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걸더라도 단답형의 대답만 듣게 된다. 소통 방식에서 대화는 불가능하다. 나의 어설픈 대화 시도는 참견이거나 신뢰 없음으로 낙인 된다.

검색 시대에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사진이나 글, 리뷰 같은 믿을만한 정보이다. 손가락만 밀면 곧바로 다음 가게로 넘어가기에 주인의 진실하고 전문성 있는 글이 제일 필요하다. 주인이 음식에 대하여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표현하여야 하고 실제 사진으로 노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도 짧고 강렬한 인상이 남도록 만들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직접 관리하는 블로그나 인스타가 없어도 폴더폰 시대에 만난 수많은 충성 고객들이 여전히 sns에 활발한 활동을 해주고 있다. 즉 폴더폰 충성 고객들인 미진, 성규, 태환이가 만든 맛집 후기를 스마트 폰으로 검색한 사슴 꽃님, 방구석 고든 램지 님, 맛없으면 무는 놈 등의 디지털 충성 고객을 만든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들의 얼굴도 모른다. 다만 댓글로 감사를 표현할 뿐이다. 스마트 폰의 인간적인 교감도 없애버린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내 가게에 다녀간 a군은 무작정 창업할 것이 아니라 자기 블로그를 만들고, 이웃을 많이 확보하여야 한다. 아니면 같은 취미를 가진 카페에 가입하여 회원들로부터 지식도 얻고 지지도 많이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페친이나 인스타의 팔로워도 많이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의 지원과 지지가 나의 충성 고객들처럼 진솔한 맛 리뷰와 댓글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멕시코 음식에 대해서 공부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식재료가 궁금해지고 기후와 토양에 따른 신토불이를 이해하게 된다. 식재료가 들어온 배경을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하고, 종교, 문화, 여행지 등에 따른 요리의 차이도 알게 된다. 지식이 쌓이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여행을 하거나, 맛집 탐방도 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내,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식을 공유하게 되고 친해진다. 그런 친구들과 같이 요리도 만들어 보고 서로 맛 평가도 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 것이다. 더 노력하여 책을 낸다면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다. 내가 이렇게 장담하는 이유는 근래에 맛집을 다녀보니 블로그가 많거나 책이나 방송, 신문 기사들과 관련되어 있어서이다. 사람들은 음식 맛으로 성공을 짐작하겠지만 맛보다는 무엇이 이들을 오게 만드는지가 나는 궁금한 것이다. 반면에 스마트 폰 시대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망할 수 있다. 자신의 꾸준하고 변함없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나를 인정해주고 응원해 주는 세력이 없다면 모래 위에다 만든 가게가 되는 것이다. 나는 예전의 정감 넘치는 대화가 그립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명절이나 휴가 때 가끔 얼굴을 뽀지만 같이 늙어가는 폴더폰 단골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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