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담장에 낀 호박의 꿈

호박은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by 달빛 타로

공원을 걷다가 철 담장 사이에 끼어 있는 호박을 보았습니다. 점점 철제에 눌리며 형태가 비틀어진 모습이 낯설기보다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규칙과 제약, 타인의 시선과 틀 속에서 호박은 절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호박은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갈 마음이 없다고 했습니다. 호박의 생각을 들어 봤습니다.

영남이공대 생태공원에 있던 호박

나는 호박입니다.

나는 작은 틈, 철제 담 사이에

부드러운 몸 하나 밀고 들어가

그곳에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눌리고, 긁히고,

한 방향으로만 부풀 수 었던 나날들

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란다는 것은

꼭 예쁘고, 자유로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하루를 밀고 나가는 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형태가 이상하다고

왜 거기서 자랐냐고.

하지만 나는 알아요.

그 자리가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틈이었다는 걸

그래도 나는 자랐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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