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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강남 May 20. 2024

나 때문에 고무나무가 죽지 못했다.

살아내면 성장한다.

2년 전 빚 갚느라 데 회사까지 옮기게 되었다. 음도 복잡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 회사에서 내 눈에 들어온 녀석이 있었다. 회사 사무실에 있는 고무나무다.  덩치 덕분에 실내에서만 지낸 게 틀림없어 보였다.  말라비틀어진 줄기에 더 말라비틀어진 잎이 다섯 장 붙어 있었다.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정수기 옆이라는 명당자리 덕분에 먹다 남은 음료와 오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곧 죽을 고무나무가 불쌍해 보였다. "너도 나와 같구나. 힘들구나. 도와주고 싶지만 네 코가 석자다." 중얼거리며 녀석을 외면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을 때마다 녀석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봐. 아파봤던 사람이 아픈 나무를 이해하고 도와줘야지. 니 코가 석자면 네 코는 넉자야. 나쁜 놈아." 환청이 들리고 몇 분 뒤 고무나무 종류를 검색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인도고무나무, 뱅갈고무나무, 떡갈고무나무가 있었네. 정수기 옆에 있는 덩치 큰 놈은 뱅갈고무나무였네. 이 놈은 직사광선을 받아 잎이 타지 않게 주의해야 하고 창문이 있는 밝은 실내에서 키우라고 하네.  온도는 15도 - 24도 사이가 좋고 너무 추운 곳에 두지 않아야 된다고 하네. 습하면 뿌리 부패  위험이 있으니 흙이 건조할 때 물을 줘야 된다고 하네. 뱅갈이가  죽을 것 같아서 밖으로 끌고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마음껏 쉬게 해주고 싶었다. 

회사 동료들의 눈이 나를 보고 말했다. "별난 사람이 왔네. 죽을  나무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와중에 뱅갈이가 말했다. "이봐. 몇 년 만에 햇볕과 바람을 느끼고 있어. 고마워." 갑작스러운 야외 생활에 뱅갈이는 적응 못했고 잎은 더 말라갔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뱅갈이 가지를 잡고 기도했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녀석 '돈다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돈다발아, 새로운 잎이 나올 때마다 내게 돈 기운을 선물해 줘. 2년 만에 돈다발은 무성한 잎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만족할 만한 투자 수익을 얻었고 절반의 빚을 갚았다.

2년 동안 '돈다발'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첫해 여름에는 햇볕에 잎이 타고 몸통에 톱질을 당했다. 겨울이 왔을 때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돈다발이 있었자리는 공기청정기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돈다발의 큰 덩치는 어딜 가든 환영받지 못했다.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멀쩡한 돈다발의 가지를 자르기로 했다. 돈다발은 하얀 눈물을 쏟아 냈다. "미안하다. 돈다발아. 참아라. 참아라."  

돈다발은 아픔을 견뎌내고 건강한 잎을 더 만들어냈다. 돈다발은 환경이 나쁘다고 걱정하지 않았다. 기다려서 때를 만났고 살아내면서 성장했다.  나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돈다발은 쉽게 죽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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