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강남 May 23. 2024

한 번도 안 넘어진 사람은 없다.

넘어지고 나서야 세상과 내가 보였다.

38살 전까지 제대로 넘어진 적이 없었다. 큰 실패도 없었다. 꿈도 없었다. 운이 좋으면 60세까지 일하고 연금을 받아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젊은 사람이 얄팍하게 사는 게 보였는지 하늘이 선물을 주셨다. 39살에  쫄딱 망했다. 한순간에 넘어졌다. 제대로 넘어졌으니 뒤통수가 깨졌고 하늘이 보였다. 일어날 경제력도 의지도 었으니 오랫동안 누워서 하늘을 봤다. 그때 세상이 보였고 내가 보였다.

편안한  좋았다. 도전하기 싫어서 안전한 곳에서 걷기만 했다. 가슴속에 꿈도 품고 달려도 봤으면 진작에 넘어졌을 것이다. 그랬으면 세상 살아가는 법도 배우고 힘듦을 이겨낼 마음의 굳은살도 얻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39살에 잘 넘어졌으니 다행이다. 자주 넘어지고 하늘을  봐야겠다. 큰 욕심을 내서 한 방에 훅 가는 실패가 아니라면 작은 실패는 삶의 묘약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자주 넘어진 사람이다. 일어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게 삶이다. 한번 넘어졌다고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병아리는 알껍데기를 부수고 나와야 닭이 되고 애벌레는 번데기를 뚫고 나와야 나비가 된다. 두려움을 부수고 뚫고 나오면 단단한 사람이 된다. 몇 년 전 힘들 때 앞산을 자주 갔었다.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풀벌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 테이블 을 건너기 위해 여러 차례 넘어지면서 도전하고 있었다. 풀벌레가 나무 틈을 건너가고 나서야 산에서 내려왔다. 그때 알았다. 세상은 내 이다. 나는 잘 넘어지기만 하면 된다. 내가 걱정이 돼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풀벌레를 보내 주셨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