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간절히 아주 잘하고 싶은 내 욕망 덩어리
나는 어릴적부터 남에게 무언가 내 성과를 증명하고 증빙하는 것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나는 줄곧 "화이트 칼라'의 멋진 신여성이 되고 싶어했고 '프리랜서'라는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못도 모르고 입학했던 일반 대학원을 이번에 드디어 졸업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바랬던 '석사'학위를 얻게 되었지만 내 현재 삶이 외형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된 소득은과거의 내가 나만의 열망, 욕구만을 추구하였다면 이제는 내 주변인들의 삶에 조금의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7월부터 공장에 출근하며 '경리' 업무를 하나씩 배우는 중이다. 그동안 남편은 회사 운영에 관해 특별한 말이 없었기에 나는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는 줄 알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나는 내 코가 석자였기에, 간간히 남편 일에 아는 체하며 어떠한 문제에 대해 물으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 처리 방식과 과정에 그저 열 분을 토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회사 상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동안 정말 정말 아주 정말.... 마치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듯한 느낌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제조 공장에서 경리 업무와 여러 일들이 내가 아주 익숙하며 흔히 예상했던 것들과 현실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하고 심지어는 아주 낯설고 생소한, 처음인것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확실히 배운 것은 '문서정리 기술'과 '발표 능력'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두 가지 내 장점이자 자원으로 여기며 지금 회사의 시스템을 바꿔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며 공장 여기저기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일잘러'가 되고 싶기에 경영, 회계, 관리 분야의 각종 책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에어컨을 아무리 강하게 틀어도 결코 내려가지 가는 공장 내부 온도에 온몸에 땀이 금방 차오르는 환경에서 어떡해서든 납품기일을 맞추는 것이 더 우선시되기에 앞서 말한 그런 책의 내용을 적용하는 것은 점차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나는 회사 관리를 위해 관공서와 은행등을 찾아다니며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흔히 '뿌리기업'이라고 불리는 중소 업체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직원분들의 매달 월급을 밀리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는 하는 사정이지만 이 곳이 과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분들에게 과연 한번쯤 다니고 싶었던 그러한 회사인지도 궁금해졌다.
하루는 상담사로 학교와 관공서로 들락거리고 하루는 한 제조회사의 경리로 관공서와 은행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이 때마다 나에게 요구되는 내 모습은 전혀 다르고 발빠르게 내 페르소나(가면)을 바꾸어 적재적소의 포지션을 취하는게 아직은 혼동스럽다. ㅡ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현장에서 '종이' 혹은 '펜'을 들고 돌아다니는 내내 행동들은 그저 무의미해보였다. 그리고 공장 사람들도 특별히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웃으면 먼저 말을 건네도 외국인 직원들은 그저 멋쩍은 미소만 보일뿐이다.
상담학에서 흔히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 설명한다. 그러나 나는 내 현재 상황에서 내 선택의 의미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길을 잃곤한다. 경리 업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낮선 업무에 허둥되는 내 행동에 상담사의 내 역할에 영향을 주지 않은채 현재 내가 그 균형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 중심점을 찾기가 솔직히 조금은 어렵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마흔 중반인 내 나이탓으로 돌려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진짜 변명이 아니라 지출내역, 발주서, 세금계산서 발행등 각종 문서 내역을 정리하다보면 하루가 그냥 다 가버렸다.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일이 매일 매일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성질의 것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어떠한 성과가 눈에 띄는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집안에서 매일 청소하고 설겆이 하는 것과 같은...안하면 안하는 데로 집안이 금새 지저분해지는 그런 현상이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정해진 회기를 마치면 사업이 종료되고 또다시 새로운 회기를 시작했던 ... 그동안 내가 익숙한 내 일 처리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더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