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40대 혼자남이 점심밥 먹은 이야기
서울 돈암동과 안암동 인근은 나에게 '애증'의 동네다.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시절, 매일이 지옥 같아서 마침내 스스로 삶을 끝낼 결심까지 했던 그 암흑기를 그 동네에서 보냈다. 그래서 지금도 그 근처를 지나면 그때의 공기가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다시 살게 만든 곳 또한 그 동네다.
그 시절, 나를 구원한 음식은 '짬뽕'이다. 해물 짬뽕이 아닌, 기름진 고기 육수의 '차돌 짬뽕'.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성북구청 건너편, '공푸'라는 곳이다.
고백하자면 난 원래 짬뽕을 좋아하지 않는다. 맵고 뜨거운 걸 싫어해서 중국집에 가면 볶음밥이나 짜장면을 시키지, 짬뽕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방구석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무심코 본 TV에서는 개그맨 문세윤 님이 짬뽕을 먹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순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먹고 싶었다. 저 짬뽕이...미친 듯이 먹고 싶었다. 내가 짬뽕을 이렇게 그리워 하게 되다니. 그런데 정말 너무나 먹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맙소사. 사는 곳에서 멀지 않았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좀비처럼 걸어 나갔다. 식당에 도착해 짬뽕 한 그릇을 시켰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을 그야말로 '마셨다'.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와... 나 이거 안 먹고 죽었으면 진짜 억울해서 큰일 날 뻔했다."
지금은 꽤 먼 곳으로 이사 왔지만, 여전히 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대체 불가 짬뽕집이다.
이곳은 브레이크 타임을 피하면서도 식사 시간을 비껴간, 아주 애매한 시간에 가야 한다. 언제나 웨이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물 한 모금 떠넘기면 그 기다림은 용서가 된다. 진하고 묵직한 육수, 차돌박이에 면을 싸서 한입 가득 넣으면 뇌까지 행복해진다.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가득 차는데, 그래도 그릇째 들고 국물을 마시게 된다.
중간중간 먹는 '양배추 절임'은 Kick이다. 입안의 기름기를 싹 잡아주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무한 동력이다.
진지하게 만약 내 생이 끝나기 전 마지막 식사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이곳의 차돌 짬뽕을 말할 것이다.
근데 솔직히 맛없다. 제발 가지 마시라.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굳이 거기까지 가서 줄 서지 마셨으면 좋겠다. 돈암동 가시면 '태조감자국' 가세요. 공푸는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