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수원, 존앤진 피자(JOHN & JEAN PIZZA) 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47에 위치한 존앤진피자에 다녀왔습니다.
'겸겸겸'이라고 알아?
내가 그걸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 시흥에 간 김에 폴로(POLO)나 구경할 겸, 광교 앨리웨이에 있는 스트롤(STORL)에서 미팅할 겸, 그 동네의 로컬 피자나 먹을 겸. 그런 걸 '겸겸겸'이라고 해. 내가 '겸겸겸' 존앤진피자에 가게 된 연유는 그런 거야.
피자 맛을 떠나서, 존앤진 피자 같은 피자가게가 많아졌으면 좋겠더라.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매장이었어. 왜?
왜냐구?
존앤진피자의 존과 진이 사실은 뉴욕에서 만났거든. 둘 다 유학생이었고, 배는 고프고 돈은 없었으니까. 브루클린과 맨해튼의 어디에나 있는(조금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두 블록 간격으로 피자가게가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아) 1.99불 짜리 피자를 이곳저곳에서 수도 없이 먹었대.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끔 팁이라도 많이 나오는 날엔 브루클린 라거를 한 병 정도는 시키는 사치도 부렸었어. 그리고 그게 존과 진의 배고픈 그 시절을 버티게 했었어.
그리고 존과 진은 뉴욕닉스의 광팬이야. NBA의 개막을 기다리는 게 유학생활 가운데 몇 안 되는 재미야. 하지만 개막전을 보러 가는 건 애초에 갈 생각도 못해. 티켓값은 존과 진에게는 너무 버거웠으니까. 아쉬운 대로 또 존과 진은 근처의 피자가게로 발길을 돌려. 천장 구석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뉴욕 닉스의 개막전을 보는 거야.
일 년에 딱 한번, 틈틈이 모아둔 쌈짓돈으로 뉴욕 닉스의 직관을 가. 거기서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져지를 샀을 거야. 그리고 그 순간에 그들이 받은 느낌과 의미를 잊지 못해서 존앤진피자 매장의 색마저 뉴욕 닉스의 유니폼 색으로 정한 거지.
다 사실이냐고? 아니.
다 사실이냐고? 아니, 난 사실 존앤진피자의 사장님이 누군지도 몰라. 존앤진피자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방금과 같은 상상을 하게 되더라. 어쩌면, '뉴욕 닉스'와 '브루클린 라거'를 좋아하는 사장님은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피자 맛은 어땠냐고?
피자의 맛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딱히 크게 떠오르는 기억은 없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맛'을 이겨버린 거야. 내 생각은 그래. 이런 '공간'이 어떻게 맛이 없겠어?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