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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pr 09. 2022

비전공자 SQLD 합격기 (제 44회)

자격증 공부와 실무 적용의 괴리에 대하여

한달 전, 제 44회 SQLD 자격증 시험 후기를 썼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합격 후기를 쓸 수 있게 됐다.


(생생한 시험 후기&공부법은 여기에�)

https://brunch.co.kr/@ydy702/13


총점 60점이 넘으면 합격인 시험인데, 다행히 80점을 받아서 넉넉하게 합격했다. SQLD는 최근 IT 도메인에서 교양 용도(?)로 많이들 취득하는 자격증이고 난이도도 낮은 편이라 이 자격증 있다고 '우와' 하는 자격증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합격 글자를 받아보니 열심히 재밌게 공부했던 기억도 나고 뿌듯하다.

제 44회 SQLD 합격


SQLD 자격증 있다고 '데이터 잘 하는' 사람인 건 아니다.


애초에 '데이터를 잘 한다'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획자 그리고 PM/PO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데이터 추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해석 능력이다. 또 아주 소규모 회사가 아닌 이상 별도의 데이터 팀이 있어, 실무자가 직접 DB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 추세는 기획자가 직접 통계DB에서 데이터를 뽑아서 보는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자격증 자체가 '추출' 능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실무에서 사용하는 DB는 여러 프로젝트와 테이블에 데이터가 분산 적재되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실무자가 회사 내 모든 DB와 테이블을 알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니, 어디서 특정 데이터를 찾을 수 있을지 위치를 제대로 알려주는 명확한 데이터 카탈로그가 있다면 좋을텐데 이것도 '실무 사정상'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회사 간 관계나 시스템상 제약으로 인해, 그리고 다년간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일하면서 생겨버린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희한한 조건들도 튀어나와 실행 에러를 발생시킨다.

바로 이 지점에서 SQL 자격증 취득과 실무 적용의 괴리가 발생한다.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쌓여 있는지 알지 못하면, SQL 문법을 아무리 잘 알아도 실무 DB에서 작동하는 쿼리문을 작성할 수 없다. 우리 회사의 DB를 기준으로 별도 스터디를 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연차가 쌓일수록, 그리고 업무 커버리지가 확장될수록, 1부터 100까지의 모든 업무를 내가 다 하겠다는 건 근본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내가 100만큼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하지는 않은 일은 이 업무를 얼추 80까지 해 주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나는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 즉 데이터 추출을 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어느 시점까지는 필요한 스킬이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가장 중요한 영역은 아니다. 기획자가 '데이터를 잘 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속한 도메인과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설을 설계해서 데이터 분석의 프레임을 결정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건 천지차이다.


그럼에도 SQL 활용 능력을 키우고 기왕이면 자격증까지 따면 좋은 이유는 있다. 특히 자신이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볼 여력이 되는 주니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일단 요즘은 디자이너고 기획자고 SQL 정도는 기본으로 다룰 수 있는 시대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을 준비할 때, 회사에서 영어를 그닥 쓸 일이 없더라도 토익이나 오픽 점수 정도는 기본으로 만들어두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주위에 아주 조금이라도 데이터를 다루는 직무에 있는 친구들은 SQLD의 존재를 알고 있고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쿼리문을 짤 수 없어서 데이터 팀에 업무를 요청하고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입장과, 여의치 않으면 내가 직접 원하는 스키마대로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 입장은 천지차이다. 게다가 대부분 필요한 쿼리문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실무 DB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쿼리문을 한 번 알아두면 추후에 변형해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데이터 팀과 친해지도록 하자..)


특히 비전공자라면 나 자신을 더 명확하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격증은 효과적으로 나의 노력과 성취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다. 워낙 많이들 따는 자격증이라서 곧 토익처럼 포화상태가 되면 금세 인기가 시들해질 수도 있는 자격증이긴 하지만, 어차피 SQL을 공부할 거라면 겸사겸사 따 두기에 좋은 자격증이다.




실무에서도 어려운 조건의 쿼리문 스스로 잘 짜고 싶다.

올해 나만의 작은 목표로 더 연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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