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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r 29. 2022

[오늘의 인생] 업무 말고, 내 인생의 5 Whys

나는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컨설팅, 경영전략 분야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 활용하는 기법으로 5 Whys가 있다. 피상적인 문제의 현상을 쪼개고 쪼개 deep dive 하면서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 즉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 강한 오너십을 갖고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레 퇴근 후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무의식적으로 업무를 고민하는 자신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이만큼 훌륭한 직원이라고 잰 체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나쁘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다만 한편으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회사 일 만큼이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나?



지금보다 비전이 더 명확하기를 바라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두려워하면서 정작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정말로 하고 있는지. 사실은 나는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아젠다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서 회피하고 싶은 것 같다.


이럴 때 가장 간편하면서도 나를 속이기 쉬운 행동은 '단편적으로 볼 때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남들 보기에 좋은, 그리고 나 자신이 보기에 재밌고 그럴듯한 것들. 예를 들면 현실의 고민에서 도피하기 위한 운동이나 독서, 영어공부 같은 것들이다. 이런 활동으로 두어 시간을 흘려 보내면, 회피하고 싶은 주제를 고민하지 않고도 어느정도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자기 위안을 잠시나마 할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활동이더라도 분명한 목적을 두고 노력의 일환으로  활동을 수행하는 나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동을 하는 나는 분명히 다르다. 대학교를 다니던 20 초반까지만 해도 후자의 존재를 막연하게 짐작했을 ,  간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했던  같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둘의 차이를  선명하게 인지할  있게 됐다.



사람마다 생각의 방향성이나 섬세함의 정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meter, 혹은 centimenter의 단위로 살아간다면 나는 milimeter 정도의 단위로 살아간다. 만약 '예민하다'는 단어에 담긴 그 어떤 가치 판단도 배제할 수 있다면, 나는 꽤 예민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상황을 이해한다.


나의 예민함은 나의 자산이다. 나는 타인의 감정에 빠르게 반응하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업무적이나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식적으로 꾸며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이 나와 최선의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덕트를 성공시키는 PM의 가장 큰 덕목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중히 갈고 닦아야 할 달란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어떤 특성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나의 예민함은 나를 피곤하게 한다. 나는 내가 세운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밀며 나에게 혹독하게 군다. '지금 나의 수준'은 항상 나에게 부족하다. 객관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에게 끊임없이 부족하다.


바로 이러한 자기 인식이 내 인생의 궁극적인 방향성보다도 단기적인 성취에 집중하게 했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이런 저런 단기 목표를 세운 것이다. 물론 남 보기에 그럴듯한 성취들을 실제로 만들게 된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그러나 큰 단점은 결국 타인의 삶을 살게 된다는 점이다. 내 인생의 5 Whys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거나 이뤄놓은 좋아 보이는 결과를 좇고 있으면서 나도 어부지리로 해답을 찾게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단기 목표와 성취를 수없이 반복해도, 결국 짧게 반짝이는 성취감이 사그라들면 다시 무언가를 찾아 헤메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주로 단기 목표-을 한번 더 의심해 보려고 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을까? 내가 보다 더 내가 원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무조건의 애정을 나에게 내어주는 너른 마음도 연습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완벽한 상태를 달성해내는 순간까지 행복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기억하자. 나는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를 사랑해 주자.

그 사랑을 밑거름 삼아 내가 자신 있게 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오늘은 나를 오래도록 힘들게 했던 마음과 감정, 생각에 대해 기록했다.

이유는 그냥.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되고 내가 기록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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