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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l 05. 2021

디지털 콘텐츠의 수익화 모델과 버전업

동영상, 웹소설에 이은 3세대 Paid-Content는 '뉴스레터'

불타오르는 정보통신 기술과 IT 서비스에 맞물려 여러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2020년대이지만, 그중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점진적인 버전업이 눈에 띈다. 국내외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은 발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는 구독 결제캐쉬 충전 서비스가 자리한다. (광고 수익화 모델과 OSMU-One Source Multi Use-는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안정적인 콘텐츠 1세대(음원/동영상),
성장하는 콘텐츠 2세대(웹툰/웹소설)


이중 1세대 디지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음원과 동영상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권 결제를, 2세대 디지털 콘텐츠라 볼 수 있는 웹소설/웹툰 등은 캐쉬 충전 서비스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지털 콘텐츠의 세대 구분은 나의 자의적인 의견이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정기 구독권을 판매하고 유튜브(Youtube)는 유료 멤버십을 구독하게 한다. 반면 웹툰, 웹소설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스토리는 '캐쉬' 충전을 유도하고 네이버 웹툰/시리즈는 '쿠키'를 굽게 한다.


네이버 시리즈의 '쿠키' 충전


캐쉬 충전 모델이 1세대 수익화 모델의 버전업인 이유는 개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는 고객의 캐쉬 구매 기록을 기반으로 구매성향을 파악한다. 그 성향에 맞춰 개인화된 캐쉬 패키지를 제안하며 그 결과 최적의 구매전환율을 만들어낸다. (A/B테스팅을 통해 소설의 결말을 결정하는 것은 덤이다.)


개인화 가능성을 제외하고도 이 두가지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구독권 모델과 달리 캐쉬 충전 모델은 '무제한 이용권'을 결코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지 않아 시장이 이렇게 형성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추론해볼 수는 있다.



1. 콘텐츠 특성상 각각의 과금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a) 음원/영상과 웹툰/웹소설은 유저별 이용 양상이 다르다
음원과 영상의 경우 전체 고객의 이용량의 분포가 낮은 수에 수렴하고, 웹툰과 웹소설은 전체 고객의 이용량 분포가 높은 수에 수렴하거나 전반적으로 높은 쪽의 아웃라이어가 많을 경우에 해당된다. 즉 음원과 영상은 건별 과금의 총액보다 구독권의 총액이 더 높고, 웹툰/웹소설은 건별 과금의 총액이 구독권 결제의 총액보다 높다는 의미이다. 각 콘텐츠는 가장 합리적인 프라이싱 전략에 따를 것이라는 가설이다.

b) 음원/동영상과 웹툰/웹소설에의 비용 지불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저항선이 차이난다
음원과 동영상의 경우 고객이 체감하는 건별 이용가치가 크지 않지만, 웹툰/웹소설 콘텐츠에는 기꺼이 추가로 '쿠키를 굽는다'는 추론이다. 웹툰/웹소설의 경우 회차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콘텐츠간의 연계가 강하고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음원/동영상이 건별로 과금된다면 이용량 자체가 감소해 구독권 결제 방식을 통해 발생하는 총액보다도 더 낮은 매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 1세대 디지털 콘텐츠는 구독권 결제방식이 이미 고착화되어 바꾸기 어렵다
시장의 선두 기업이 시장을 과점할 경우 나머지 기업들은 자연히 선두 기업의 방식-고객들이 익숙하게 느끼고 선호하는-을 따르게 된다. 음원, 동영상 콘텐츠는 오랜 기간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하게 된 이후로는 무제한 이용권을 구독권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용 건별로 과금하는 캐쉬 충전 모델로 결제 방식을 돌리기에는 고객의 심리적 저항이 매우 클 것이고 그 결과 시장에서 도태할 리스크가 크다.

(이 경우, 1번 가설과 달리 음원과 동영상 콘텐츠는 구독권 모델보다 캐쉬 충전 모델이 효율적이라는 선결조건 필요)



이유가 무엇이든, 2세대 디지털 콘텐츠(웹툰과 웹소설)는 1세대와 달리 캐쉬 충전 서비스 모델로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세대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하여 가장 흥분되는 지점은 대한민국이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을 막론하고 20세기에는 유럽과 북미 위주로 메인스트림 문화가 형성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IT관련 초기 시장의 유저를 갖춘 대한민국의 진가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K-pop을 필두로 한 K-culture의 인기 역시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웹툰(Webtoon)'이라는 단어 역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고유명사이며, 북미에서 인터넷 만화를 지칭하는 단어인 '웹코믹(Webcomic)'과는 차별화된다. 즉 모바일 기기로 스토리형/에피소드형 만화를 보는 웹툰 자체가 한국의 문화다. 웹소설의 경우 북미의 선두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왓패드(Wattpad)와 래디쉬(Radish)를 인수하며 현지 IP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국내 2강의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본다면 이번에야말로 한국의 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리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든다.



3세대 디지털 콘텐츠의 등장 - 뉴스레터


동영상과 웹툰이라는 유료 콘텐츠의 성장 소식이 더이상 놀랍지는 않은 요즘,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뉴스레터다.


◾ 페이스북의 뉴스레터 플랫폼 불레틴 공개 (21.6.29)
페이스북(Facebook)이 최근 급부상 중인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 서브스택(Substack)의 카피캣 서비스인 불레틴(Bulletin)을 런칭했습니다. 불레틴은 작가들이 무료 및 유료 뉴스레터를 웹에서 발행하고, 이를 구독자들의 메일함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페이스북은 런칭 시점에서는 뉴스레터 발행에 대한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을 것이며 발행된 뉴스레터 및 웹 포스트에 대한 모든 저작권 역시 작가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https://report.roa.ai/article/171781)
페이스북의 뉴스레터 서비스 '불레틴(Bulletin)'


뉴스레터 콘텐츠를 새로운 3세대 디지털 콘텐츠로 논하는 이유는 3가지다.


1. 텍스트 콘텐츠

영상 기반의 한 숏 폼(short-form) 콘텐츠가 대세인 전세계적 흐름과 달리 뉴스레터는 글자 그대로 텍스트 콘텐츠이다.


1-1. MZ세대 오디언스

텍스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뉴스레터는 젊은 MZ세대 오디언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타게팅한다.

theSkimm - 컴팩트한 데일리 뉴스레터, 밀레니얼 세대의 700만 여성 구독자(2018)

MarketSnacks - 금융 데일리 팟캐스트 및 뉴스레터, 구독자의 85%는 36세 이하, 50%는 여성(2019)

Morning Brew - 비즈니스/테크 관련 뉴스레터, 300만 밀레니얼 구독자(2020)


비즈니스에서 주이용층을 MZ세대로 보유할 수 있음은 큰 강점이다. 현재의 고객을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사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고, IT와 모바일 기기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특성상 우리 고객은 보다 자유롭게 우리 서비스를 탐구하고 결제한다.


2. 뚜렷한 수익화 모델

모든 서비스 제품이 초기 단계에서 유의미한 수익화 모델을 가지지는 않는다. PMF(Product-Market-Fit)를 찾지 못하는 경우,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으로 매출을 내는 것만이 유일한 옵션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뉴스레터는 본질적으로 구독 기반의 콘텐츠이기에 수익화 모델이 비교적 뚜렷하다.

단, 기존의 구독 기반 수익모델을 취할 경우 섬세한 개인화 타게팅이 어려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3. 커뮤니티 형성 가능성

특정한 뉴스레터의 구독자는 성향이나 사상적으로 동질한 세그먼트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뉴스레터 발행에 그치지 않고 구독자들을 웹이나 앱 상의 플랫폼으로 이끌 수 있다면, 커뮤니티는 또다른 수익 모델이 된다. 커뮤니티는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며 빠르게 추가 유저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다. 두터운 유저층을 형성한 IT서비스에는 항상 커뮤니티 기능이 추가되는 이유다.



뉴스레터 서비스와
D2C 뉴스레터 플랫폼


국내외 뉴스레터 산업의 현황을 비교하기 위해 뉴스레터 서비스를 그 성격상 1기와 2기 서비스로 나누어 보았다. 1기 뉴스레터는 기업 주도의 뉴스레터 서비스로, 특정 기업에 속한 퍼블리셔와 에디터가 해당 기업의 이름 하에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이다. 즉 발행 주체로서 특정한 퍼블리셔나 에디터의 이름보다는 발행 기업이 강조된다는 점이 현재의 주요 신문사 중심의 언론과 유사하다.

1기 뉴스레터는 특정 뉴스를 집어 인사이트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유형과, 산업군이나 직무 관점에서 중요한 최신 뉴스들을 큐레이팅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고도화된 2기 뉴스레터 서비스는, 개인 퍼블리셔가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작가와 구독자가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뉴스레터 플랫폼’ 시장이다. 유튜브의 D2C(Direct to Creator) 모델이다. 뉴스레터 퍼블리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니즈를 가진 구독자가 존재할 경우 가능한 시장이다.

뉴스레터 플랫폼의 초기 시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가시화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트위터(Twitter)는 21년 1월 네덜란드 뉴스레터 플랫폼 Revue를 인수했으며, 스타트업인 서브스택(Substack)은 3월 약 730억원으로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굴지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페이스북(Facebook) 역시 6월 29일 자체 뉴스레터 플랫폼 '불레틴(Bulletin)' 베타 버전을 런칭하며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를 점치게 한다.



국내의 경우 기업 주도의 1 뉴스레터 서비스는 이미  많지만, 미국처럼 개인 퍼블리셔와 구독자가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시장(2 뉴스레터 플랫폼) 아직 뚜렷하지 않다. 스타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치기 어려운 국내의 언론 환경이나 대중이 뉴스에 요구하는 전문성의 정도, 혹은 유료 콘텐츠를 대하는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만약 국내에서 ‘유료뉴스레터 서비스가 대중화되더라도, D2C 뉴스레터 플랫폼까지 고도화될지는 아직은 물음표다.  자신이 기대하고 바라는 3세대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뉴스레터도 아직까지 D2C 아니다.

나에게 뉴스레터의 가치는 퍼블리셔 개인의 인사이트를 읽는 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관심 있는 분야의 큐레이팅된 주요 뉴스와 이와 유관한 마케팅 소식을 접하는 이기 때문이다.


물론 뉴스레터의 가치가 정제된 인사이트가 아니라 오로지 팩트 큐레이팅 서비스라면 이에 비용을 지불할 사람이 초반에는 많지 않을  있다.

그러나 뉴스레터 헤비 구독자로서 나는 뉴스레터 유료 구독의 미래를 바라본다. 현재 10 이상의 산업/직무 관련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동일한 산업을 다루는 뉴스레터라 할지라도 큐레이팅 과정에서 일종의 '데스킹' 이루어지기에 점차 특정한 뉴스레터에   만족감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 산업군이나 직무 관점에서 어떤 뉴스가 중요한지 선별하고, 이와 관련한 국내외 흐름 등을 정리하는 ‘한끗 차이 뉴스레터에도 분명 있다.


또한 독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지향하는 대다수의 뉴스레터들은 고유한 톤앤매너를 보여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는 자신과   맞는 뉴스레터를 찾아가게 된다.  번만 열람해보면 내가  뉴스레터를 지속적으로 열어보게  , 열지 않고 삭제하게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대표적인 뉴스레터로는 캐릿(Careet), 뉴닉(Newneek) 등이 있다.



뉴스레터를 소재로 글을 발행하게  계기는 조선일보의 뉴스레터 서비스. 우연히 스타트업에 관련된 뉴스레터를 접하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구독을 신청했는데, 알고 보니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21개의 뉴스레터  하나였다. 레거시 저널리즘이 2021년에 대응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서 산업군별 뉴스레터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타날 국내 뉴스레터 산업의 성장과 수익화 과정을 기대해본다.


조선일보 뉴스레터
스타트업(쫌아는기자들)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07436

조선일보 뉴스레터 구독 페이지
https://www.chosun.com/newsletter/



+) 서브스택 관련 기사를 찾다가, '뉴스레터가 신문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 등 미국의 뉴스레터 산업에 대한 글을 발견해 링크를 공유한다.

서브스택과 뉴스레터 열풍, '인사이트'는 정말 미디어의 미래일까? (21.06)
https://report.roa.ai/article/171679



+) 뉴스레터 형식은 아니지만 유사한 가치(인사이트)를 부여하는 국내 텍스트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가 있다. 구독권을 결제하면 현업 전문가들이 기고하는 큐레이팅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구독할 수도 있다. 퍼블리 역시 커리어리(Careerly)라는 직장인/취준생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퍼블리(Publy) 유료고객 25,000만명 감사편지 (21.04)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처음으로 발행하는 글이라 소재 고르기도 신중했고,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담다 보니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다. 만약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장글 1개로 용감하게 작가 신청을 한 초짜에게 승인을 내어주신 브런치 팀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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