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1)
1. α-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는 식후 혈당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만, 체중감량 목적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2. α-글루코시다아제는 소장 근위부(입에서 가까운 쪽)에서 발견되는 효소인데,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을 단당류, 즉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음식으로 먹은 전분이나 이당류는 α-글루코시다아제가 포도당으로 분해를 시켜줘야 소장 점막이 몸 안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3. 우리가 먹은 음식은 1) 입 안에서 이빨이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침은 탄수화물을 녹이고, 2) 식도를 거쳐 3) 위에서 강한 위산에 섞여 죽처럼 만들어집니다. 이후 3) 췌장액과 담즙산이 나오는 십이지장 (소장 파트 1)을 거쳐 4) 공장 (소장 파트 2)에서 대부분의 영양분과 수분이 흡수됩니다. 마지막으로 5) 회장 (소장 파트 3)과 대장은 남은 수분을 흡수한 뒤, 찌꺼기를 모아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4. 독일의 바이엘 사에서 개발한 α-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이하 AGI), 아카보스와 미그리톨은 효소 α-글루코시다아제에 탄수화물보다 먼저 결합함으로써 탄수화물의 분해를 방해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분해 속도가 느려지긴 해도 결국은 늦게라도 흡수되므로 흡수량 자체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습니다.
5. AGI는 환자가 밥, 빵, 면 등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다면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당화혈색소는 그리 잘 떨어뜨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더 좋은 약들이 많으므로 우선적으로 처방되지는 않는 편입니다.
6. AGI를 체중감량 용도로 처방받기도 합니다. 그 기전은 두 가지인데, 첫째로 흡수를 느리게 만드는 탓에 생기는 복부 팽만, 소화불량과 같은 부작용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둘째는 바로, 다음 주제인 GLP-1가 분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식욕 억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7.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은 뇌로 하여금 "음식을 충분히 먹었으니 배가 부르다"는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인크레틴 호르몬 중 하나인 GLP-1가 회장과 대장, 그러니까 입에서 먼 부분 (소장 파트 3)에서 분비되는데, 보통의 식사로는 '거기까지 닿을 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서 다소 비약을 했습니다) 평소엔 적게 나옵니다.
8. 하지만 α-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를 먹은 덕에 소화가 되지 않은 탄수화물이 "둥둥" 떠내려가 소장 파트 3에 있는 L-세포 (GLP-1을 분비하는 세포)에 닿게 되고, 깜짝 놀란 소장이 평상시보다 많은 GLP-1을 분비시켜 포만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증가폭은, 작은 편입니다.
9. 아카보스 (상품명 글루코바이)와 미글리톨 (상품명 미그보스) 두 종류가 있으나 모두 바이엘에서 만든 약이며, 큰 차이는 사실 없습니다. 다만 아카보스는 몸에 흡수가 거의 되지 않고, 미글리톨은 몸에 흡수되어 신장으로 배설됩니다.
10. 당뇨약으로 처방받았을 때는,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 직전에 투여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나 식사 중간에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식사를 거르면 당연히 약도 복용하지 않습니다. 기전 상 저혈당은 잘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약으로 인해 저혈당이 발생했을 때 포도당, 즉 단당류가 아닌 형태의 음식을 먹으면 저혈당이 교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교육이 필요합니다.
11. GLP-1는 Glucagon-Like Peptide-1의 약어로서, 명칭은 '글루카곤 유사'이지만 하는 일은 정작 글루카곤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호르몬입니다. 이름이 이렇게 이상하게 붙은 이유는 글루카곤을 만들어내는 전구체(재료)에서 GLP-1도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12. GLP-1 은 인크레틴이라고 부르는 호르몬 중 하나로, 다른 종류로 GIP도 있습니다. 인크레틴은 우리가 음식물을 경구로 먹었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지금 막 음식이 도착했으니 다들 준비해 놔!"라는 알람을 전달하는 호르몬입니다. 소장의 상부 (소장 파트 1)에서 GIP가 분비되고 소장의 하부 (소장 파트 3)에서 GLP-1이 분비됩니다.
13. 음식이 도착했으니 준비해라-라는 알람을 받는 쪽이 이제 우리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위는 역시나 췌장입니다. 췌장의 베타세포는 인크레틴의 연락을 받고 인슐린 분비를 준비해 둡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췌장의 베타세포에까지 고혈당이 전달되면 (연락을 받고) 준비해 뒀던 인슐린을 강력하고 신속하게 분비합니다.
14. 실제로, 포도당을 정맥으로 주사했을 때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이 경구로 포도당을 섭취했을 때 분비되는 것에 비해 적은데 이 차이가 바로 인크레틴 때문입니다. 이런 사전 준비작업은 식후 혈당이 높게 오르는 것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15. 두 번째로 인크레틴이 알람을 주는 곳이 다름 아닌 뇌입니다. GLP-1은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있는 특정 수용체에 작용하여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음식 섭취를 감소시킵니다. (위고비, 마운자로) 또한 위에 작용해 소장 쪽으로 천천히 넘어오도록 만듭니다. 더부룩한 느낌이 듭니다.
16. 이 GLP-1을 이용한 혈당 조절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이 흡수되었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한다는 선택성입니다. 내일부터는 GLP-1을 이용한 당뇨약제 (DPP-4 억제제, 엑서나 타이드(추억의)로부터 발전한 GLP-1 RA, GIP RA)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퀴즈. 당뇨약으로는 GLP-1이 주로 이용되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