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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 GLP-1 RA (1)

by 예재호

1. 이 주사가 삭센다와 위고비, 마운자로의 원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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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7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같은 양의 포도당이라도 식사를 통해 섭취한 것과 정맥 주사로 투여했을 때 인슐린이 분비되는 양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인크레틴 (Incretin :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라는 뜻)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이 효과를 내는 호르몬으로서 GIP가 최초로 발견되었고, 그 뒤 GLP-1 에도 인크레틴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3. 의사들은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점을 이용해 인크레틴을 당뇨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GIP는 당뇨약제로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GIP를 주입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했지만 당뇨환자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GIP 저항성) 대신에 GLP-1은 기대했던 대로 인슐린 배출을 늘렸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했으며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4. 이쯤에서 우리는 글루카곤에 대해서 잠시 정리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루카곤은 인슐린의 대척점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된다는 것은 인슐린과의 공통점이지만, 인슐린은 베타세포에서, 글루카곤은 알파세포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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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루카곤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하며, 정말 인슐린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역할을 합니다.


1) 인슐린이 간에서 글리코겐을 생성해 내도록 (저축) 하는 데 반해 글루카곤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게 함으로써 혈당을 높입니다. (혈당 상승효과 1위)


2) 인슐린이 간에서 포도당 신생합성을 억제하는 것에 반해 글루카곤은 다른 재료(아미노산 등)로 포도당을 만들어내게 합니다. (안 먹고 잠만 자는데도 공복혈당이 높게 나오는 이유)


3) 인슐린이 지방 세포에게 지방산을 저장하게 만드는 데 반해, 글루카곤은 지방세포가 지방산을 내보내어 에너지로 쓰이게 만듭니다.



6. GLP-1은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알파세포에 결합해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향상하는 이중작용을 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혈당의 상승을 막고 (글루카곤) 인슐린의 분비도 늘리는 이중작용을 하니 당뇨약으로 쓰이기에는 딱이었습니다.


7. GLP-1을 이용한 첫 번째 약은 2005년에 나왔고 주사제 제형이었으며 이름은 엑세나타이드(Exenatide), 바이에타였습니다. 바이에타는 엑센딘-4 (Exendin-4)라는 물질을 합성한 것으로 엑센딘-4는 인간의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하면서도, GLP-1을 분해하는 체내 분해 효소인 DPP-4에 강한 특징이 있어 체내에서 오래 버텨내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harrison17.png 나름 주목받던 최신의 약제인 시절도 있었습니다.

8. DPP-4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로서, DPP-4는 이후 DPP-4를 억제해 GLP-1의 분해를 억제하는 경구약제 개발로 이어지므로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DPP-4는 GLP-1이 분비되면 정말 재빠르게 작용해 GLP-1을 빠르게 비활성화해 버립니다. 자연적인 GLP-1은 몸에서 겨우 1~2분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돌아서면 배고픈 이유)


hungry.png GLP-1이 1,2분 만에 DPP-4에 의해 녹아 없어져서 그렇습니다.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9. 식욕도 떨어뜨리고 살도 빠지게 하고 혈당도 떨어뜨리는 좋은 GLP-1이 좀 더 오래 가면 참 좋으련만, 나오자마자 즉시, DPP-4가 분해해 버리도록 만들어 놓은 이유는 역시나 저혈당은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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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런 DPP-4에 잘 녹지 않고 GLP-1처럼 작용하는 엑센딘-4는 흥미롭게도 도마뱀의 침에서 유래된 물질이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포유류가 아닌 동물에서 유래된 물질로서 약제로 만든 예로 ACE 억제제 캡토프릴이 유명합니다.) 다만 이후에 개발된 트루리시티와 같은 GLP-1 RA는 더 이상 엑센딘-4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GLP-1 호르몬을 화학적으로 변형하는 방식을 써서 개발됩니다.


gila-monster-close-up-full-width.jpg.thumb.1920.1920.png Exendin-4를 내어준 Gila monster 도마뱀


11. 최초의 GLP-1 작용제 엑세나타이드, 바이에타는 뛰어난 기전으로 시장에서 엄청나게 환영받았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하루에 두 번, 그것도 식사 직전에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었습니다. 더불어서 GLP-1 작용제들의 공통된 부작용인 메스꺼움, 구토 등도 훨씬 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에타는 2021년 철수했고, 더 이상 쓰이지 않습니다.


12. 그리고 무엇보다 GLP-1에 직접 작용하는 방식이 아닌 DPP-4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신약, 현재 당뇨치료제 시장을 제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 즉 자누비아가 2006년 등장했던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자누비아는 경구약이므로 바이에타처럼 무섭게 주사로 찌를 필요가 없었고, 하루 한 번만 먹어도 충분했으며, 무엇보다 혈당도 잘 떨어뜨렸습니다.


1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LP-1 작용제, 바이에타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당뇨를 예방하려면 체중감량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낸 2002년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 연구 이후 최초로 체중감량이라는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당뇨약제라는 점, 이후 GLP-1 작용제인 리라글루타이드 (2010년, 빅토자), 2014년 둘라글루타이드 (2014년 트루리시티)의 개발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은 인정받을 만합니다.



* 퀴즈. 바이에타를 밀어내고 당당히 시장을 제패한 DPP-4 억제제는 체중조절 효과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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