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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 GLP-1 RA(2)

by 예재호

1. 위고비의 원조, 도마뱀의 침에서 만들어졌던 GLP-1 작용제(RA) 바이에타를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SGLT-2i를 이어 현재 당뇨치료의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GLP-1 RA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currentGLP-1RA.png 사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표가 다입니다.


2. (DPP-4에 의해 1-2분 만에 금세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GLP-1을 통해 인크레틴 효과를 얻어내 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딴 동물에서 GLP-1과 닮은 단백질을 찾는 대신, DPP-4에 덜 분해되도록 아미노산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3. 노보노디스크가 가장 먼저 성공합니다. 바이에타를 이어 개발된 두 번째 GLP-1 RA,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는 2010년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의 당뇨 치료제 상품명은 빅토자입니다.


4. 노보노디스크는 GLP-1 분자에 긴 지방산 사슬을 붙이는 아이디어를 내어 1~2분 밖에 안되던 반감기를 24시간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우리 몸은 친수성이므로 지방 사슬이 붙은 GLP-1은 지방을 옮겨주는 알부민에 찰싹 달라붙어 몸속을 다니게 되었고 드디어 DPP-4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합니다.


DPP-4.png 알부민 뒤에 숨긴 GLP-1은 DPP-4의 감시에서 벗어납니다.


5. 노보노디스크는 매우 현명하게도 일찌감치 비만 치료제 버전을 따로 출시했습니다. 이런 이중 전략은 리라글루타이드가 처음으로 보여줬고 흥행에 고무받은 다른 제약회사들도 같은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GLP-1을 활용한 최초의 비만 치료제의 이름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 삭센다입니다.


saxen.png


6. 삭센다는 2014년에 FDA 승인을 받았고 당뇨 약제가 비만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을 처음으로 확립시킨 약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같은 성분의 다른 상품명이 계속 반복될 텐데 이름만 다르고 용량만 달랐지 실은 같은 약인 경우가 많습니다.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7.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출시된 국가에서는 더 이상 삭센다를 판매하지 않기로 한 노보노디스크의 정책에 따라 삭센다의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기저 인슐린 데글루덱 (트레시바)과 혼합된 줄토피만 있습니다. 줄토피는 50 단위가 투여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이며 이때 리라글루타이드의 용량은 1.8mg입니다. 참고로, 삭센다의 최대 용량은 3.0mg이었습니다.


XULto.png 줄토피는 제가 좋아합니다.


8. 빅토자(삭센다)를 따라, 일라이 릴리사에서 개발한 둘라글루타이드(Dulaglutide)가 2014년 FDA 승인에 성공합니다. 지방산을 붙여 DPP-4의 감시를 피하는 전략을 택한 리라글루타이드와 달리 둘라글루타이드는 면역글로불린 (IgG4)에 GLP-1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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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를 통해 둘라글루타이드는 (무려) 주 1회만 주사해도 된다는 탁월한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둘라글루타이드의 당뇨 치료제 상품명, 트루리시티는 빅토자(1일 1회)를 누르고 순식간에 GLP-1 치료제 시장을 점령합니다.


10. 트루리시티는 현재 당뇨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유일한 ‘보험 급여가 되는’ GLP-1 RA 단독 제제로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트루리시티는 인슐린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도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투여해 보면 최대 용량을 써도 체중 감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데 이는 일라이릴리가 둘라글루타이드의 비만치료제 버전을 개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11. 하지만, 둘라크루라이드-트루리시티는 REWIND 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이 없는 당뇨 환자에서도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12. 2016년, 릭시세나타이드 (Lixisenatide)가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한데 사실 릭시세나타이드는 트루리시티보다 늦게 승인되었으나 개발은 더 일찍 이뤄졌고 2013년부터 유럽에서는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승인이 늦어진 이유는 이제는 익숙하시겠지만 이번에도 또 아반디아 사태 때문이었습니다. 사노피는 릭시세나타이드의 FDA 승인을 위해 대규모의 CVOT를 추가로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13. 릭시세나타이드는 트루리시티가 주 1회인 반면에 아직도 1일에 1번 투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기에, 단독제제인 릭수미아는 역시나 큰 반향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아직도 국내에서 릭시세나타이드가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인슐린 글라진, 란투스와 결합한 솔리쿠아 (Soliqua)입니다. 릭시세나타이드의 짧은 반감기는 솔리쿠아가 식후 혈당 관리에 강점을 가지게 한다고 합니다.


SOLIQ.png

14. 2017년, 리라글루타이드, 삭센다를 개발했던 노보노디스크가 완전히 새로운 분자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를 재활용해보려 했으나, 지방산 사슬을 이용해 알부민에 숨겨 DPP-4를 피해 다니는 전략으로는 1주에 한번 맞는 강력한 경쟁자인 트루리시티를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15. 그리고 여러 가지(?) 혁신적인 방식을 통해 개발된 1주일 1회 용법의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 RA의 대유행 시대를 엽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당뇨약 버전의 제품명은 오젬픽이며, 비만치료제 버전의 제품명은 바로, 그 유명한 위고비입니다.


Elon-Musk-Weight-Transformation.jpg


16. 삭센다를 통해 비만 치료제도 함께 승인을 받는 쌍둥이 전략을 택한 노보노디스크의 전략은 이른바 대박을 냈습니다. 단순한 당뇨 치료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회현상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덕분에 유럽 시총 1위를 달성합니다.


NOVONO.png


17. 당뇨약 버전의 오젬픽은 현재는 비급여 약제인데 곧 조건부 급여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해집니다. 실은 오젬픽은 2023년에도 보험 급여가 될 뻔했으나, 당시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를 만들어 내기에도 원료가 부족해 급여 등재를 자진 철회했습니다.


OZEM2.png


18. 오젬픽이 급여화가 되면 당뇨 치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은 위고비와 쌍둥이형제라는 점이 환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고 현재까지 연구로 밝혀진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살이 많이 빠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19. 세마글루타이드 또한 FDA의 CVOT 정책에 따라 대규모 심혈관계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이전에 경구약제에서 말씀드린 왕년의 비구아나이드나 DPP-4i가 구닥다리 약으로 만들어버린 사태의 원인이 바로 세마글루타이드, 오젬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자디앙의 EMPA-REG OUTCOME 연구처럼)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PyDRoOAcO6?xmt=AQF0y7G3hC9cZ9RvFgXarxmzTGrZ1CC80ThMnYTXKdiEnw


20. 세마글루타이드의 대단한 성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SUSTAIN-6 연구에서 오젬픽은 주요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26% 감소시켰습니다. SELECT 연구에서 위고비는 비당뇨인 비만 환자의 심혈관 사건 위험도 감소시켰습니다. FLOW 연구에서 오젬픽은 획기적인 신장 보호 효과를 보였습니다.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jpg 심장-신장-대사 증후군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Syndrome, CKM Syndrome)


21. SGLT-2i 덕분에 가까워진 심장내과와 신장내과와 내분비내과의 경계가 GLP-1 RA인 오젬픽 때문에 이제는 아예 하나로 뭉뚱그려지게 되어 버렸다(?)라고 설명드리면 어떨까요? 단순히 위고비가 살을 잘 뺀다고 해서 노보노디스크가 시총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2. 일라이릴리가 트루리시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따로 비만치료제로는 출시하지 않았다는 것 기억하시나요? 맞습니다. 트루리시티도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지만 삭센다나 위고비와는 대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라이 릴리는 GIP까지 작용하는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를 개발해 냅니다. 티레제파타이드를 기반으로 출시한 당뇨약제가 바로 2022년 승인된 마운자로이며, 비만치료제 버전은 젭바운드(아직 국내에는 미출시)입니다.


MAUN.png 최근 7.5mg 이 출시되어 배포되었습니다.


23. 마운자로의 CVOT 인 SURPASS 연구는 둘라글루타이드, 즉 트루리시티와 비교하여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킴으로써 GLP-1 뿐 아니라 GIP도 당뇨치료에 활발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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