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정부는 오남용이 심각하다며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GLP-1 약제의 긍정적인 중간 결과가 공개되며 주가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2. 체중이 줄어드는 데 어찌 심장과 신장에 안 좋을 수 있겠냐 싶긴 하지만, 사실 GLP-1RA가 유발하는 부가적인 효과는 체중 감소나 혈당 조절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3. 한 연구에서는 심장 보호 효과는 비만도나 체중 감소와는 무관하게 일어났고, 허리둘레의 감소폭과도 연관성이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GLP-1RA 가 체중 감량 이외의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 몸에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SELECT 연구 :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오젬픽))
4. 식욕을 억제해서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SGLT-2i처럼 GLP-1 RA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추가 효과가 존재한다니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전적인 당뇨약제 (설포닐유리아, DPP-4i, 비구아나이드 등)가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5. 이런 추가 효과가 가능한 이유는 GLP-1이 접합하는 수용체가 뇌의 시상하부(식욕 억제)와 췌장(인슐린 분비) 외에도 여러 장기에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6. 먼저, GLP-1RA의 심장 보호 효과는 동맥 경화반 (plaque)의 안정화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기전이 우리가 잘 아는 약제와 거의 비슷합니다. 바로 스타틴입니다.
7. 흡연과 높은 혈압, 고혈당으로 인한 염증반응의 활성화로 인해 동맥 내피가 손상되고, 손상된 틈 사이로 배달을 위해 다니던 LDL 콜레스테롤이 불행하게도 끼이는 것이 동맥경화의 시작입니다. 오도 가도 못하며 서서히 산화되는 LDL 콜레스테롤을 처리하기 위해 대식세포가 나서서 LDL 콜레스테롤을 포식하고 나면 가장 좋은 것은 더 이상 파해쳐지지 않고 조용히 묻혀 썩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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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타틴과 마찬가지로 GLP-1RA는 동맥경화반 안의 대식세포와 지질 함량을 줄이며, fibrous cap을 더 두껍고 단단하게 만듦으로써, 파열된 동맥경화반으로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를 줄입니다.
[덮인 LDL 콜레스테롤-대식세포 염증 덩어리는 흉터자국 안에서 (염증과 세포 사멸이 지속되면서) 썩기 시작합니다.]
9. 차이가 있다면 GLP-1RA는 거품 세포가 된 대식세포가 다른 염증 세포들을 부르는 신호를 줄여서 일이 커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고, 스타틴은 섬유성 막 안으로 대식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거품 세포 수준이 되어버린 (전) 대식세포는 "야 나 이거 나 혼자서는 감당이 안되는데?"라는 사인을 보냅니다. (더 많은 염증 반응을 촉진함)]
10. GLP-1RA 가 동맥경화반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과정은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먼저 혈관 내막세포에도 GLP-1에 대한 수용체가 존재해서 GLP-1 RA가 수용체에 작용하면 NO 생성이 일어납니다. NO가 생성되면 혈관은 이완되어 혈압도 떨어지고, 내피 기능도 개선됩니다.
[인슐린은 혈관의 내피세포에 작용해 혈관 확장에 관여하는 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합니다]
11.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두 번째 경로가 독특합니다. GLP-1은 뇌에 작용해 포만감만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의 염증을 함께 조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뇌-GLP-1R 축(Gut-Brain GLP-1R Axis)이라고 부르는 경로가 활성화되면 신경계의 대식세포인 미세아교세포 (Microglia)의 활동이 억제됩니다.
12. 이 신경계의 염증이 전신의 염증으로도 이어지는데, GLP-1이 신경계의 염증을 줄임으로써 전신의 염증반응도 감소됩니다. 신경계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밝혀지며 GLP-1 RA가 알츠하이머 치매나 뇌졸중 치료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3. GLP-1RA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스타틴과 닮았다면, 신장 보호 효과는 SGLT-2i를 떠올리게 합니다. GLP-1RA는 신장에 있는 수용체에 작용하여 나트륨배설을 증가시키고, 사구체의 과여과 상태를 개선시킵니다. 더불어 앞서 다룬 전신의 염증반응 감소와 항산화작용은 신장의 섬유화 진행을 억제합니다.
[포도당을 내버리게 된 신장은 함께 나트륨도 내버림으로써, 신장으로 하여금 ‘소변량이 충분하다’고 판단]
14. 이러한 효과는 SGLT-2i와 별개로 나타나므로 두 약을 함께 쓰면 신장 보호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SGLT-2i는 SGLT-2를 통해 작용, GLP-1RA는 NHE3 억제를 통해 작용)
15. GLP-1 RA의 당화혈색소 강하 효과도 준수한 편입니다. 특히 최초의 HbA1C가 높을 경우에는 좀 더 감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실제로 투약해 보면 개개인 별로 편차가 큰데 그 이유는 환자마다 GLP-1 수용체의 민감도가 다르거나 DPP-4의 활성도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6. 이처럼 SGLT-2i와 함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당뇨병 치료제가 된 GLP-1RA도 완벽하지만은 않습니다. 잘 알려진 부작용으로 GLP-1이 위 배출 속도를 느리게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오심과 구토가 있습니다. 특히 이 부작용은 용량이 늘어날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췌장염, 담석, 담낭염, 갑상선 암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합니다.
17. 근육량 감소 부작용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체중감소가 지방에서만 일어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근육도 함께 줄어듭니다. 감소한 근육량은 이후 당뇨 조절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GLP-1RA를 치료받을 때는 꼭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근육 운동도 신경 써야겠습니다.
18. 서두에 말씀드린 한미약품의 신약 중에는 근육량을 감소시키지 않는 GLP-1 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기에 한미약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리고 오늘의 주가 상승은 해당 약제와는 관련이 없었던 것 같지만) 해당 신약이 잘 개발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