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자기 관리
1. 탄산음료의 단 맛을 내는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을 반반 섞은 걸쭉한 액체입니다. 옥수수 가루(전분)를 원료로 써서 매우 저렴한 데다 액상이다 보니 다른 음식에 혼합하기에도 좋아 이런저런 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HFCS)
2. 과당에는 두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첫째. 단 맛은 과당이 내는데 정작 혈당을 잘 올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니다. 저혈당일 때 주스나 탄산음료를 마시라고 하는 것은, '반쯤 섞인 포도당' 성분이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걸 기대하기 때문이지 과당은 별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3. 단 맛을 내면서도 혈당은 올리지 않는다니 어쩐지 매력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번째 반전이 무섭습니다, 혈당은 안 올라갈지 몰라도 과당은 당뇨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과당을 많이 먹는다고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4. 먼저 그렇게 달면서도 혈당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흡수된 과당이 대부분 간으로 직행하기 때문입니다. 혈관을 따라 온몸을 다니며 뇌도 쓰고 근육에서도 쓰이는 포도당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간으로 직행하는 이유는 우리 몸에서 과당을 바로 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5. 이렇게 간을 거쳐야 제대로 흡수가 된다는 점은 술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알코올도 마신 뒤 바로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간으로 가서 해독과 분해가 되어야 합니다. 간에서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바뀌는 산물마저 동일합니다. 바로 중성지방입니다.
6. 간 입장에서 보자면 과당과 알코올은 "들어왔으니" + "쓰긴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작업하는 재미없는 녀석들입니다. (왜 날 괴롭히냐며! 한숨짓는 간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과당과 알코올을 두고 우리는 텅 빈 칼로리라고 부릅니다. 그러고 보니 단맛과 취하는 맛 말고는 썩 쓸만한 구석이 없는 것도 똑같습니다.
7. 그나저나 중성지방으로 바뀌긴 하니까 에너지로는 쓰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과당과 알코올을 중성지방으로 바꿔내는 품이 많이 듭니다. 더불어 중성지방은 당장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일단 지방세포에 저장되므로 결국 남는 게 거의 없는 장사라고 봐야 합니다.
8. 과도하게 생성된 중성지방을 저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지방세포는 인슐린 저항성의 최초 단계입니다. (지방독성, 김여사의 5만 원 한도 적금) 콜레스테롤 저하식이에서 다뤘듯 과도한 중성지방은 LDL 콜레스테롤과 HDL의 업무를 방해해 심혈관성 질환의 위험도 높입니다. 중성지방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하니 간에 지방이 쌓여 지방간이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과당이 당뇨를 유발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9. 어쩌다 보니 과당만 싸잡아 비난했지만, 그렇다고 액상과당에 든 포도당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쯤 섞인 포도당도 건강에 나쁘긴 매한가지입니다. 설탕과 비교한다면 액상과당의 포도당이 나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된 형태로서 액상과당과 조성은 같습니다. 하지만 설탕이 그나마 "화학적으로 결합된 상태의, 고체"라는 데 반해 액상과당은 액체인 데다 심지어 포도당과 과당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그냥 "섞여 있을 뿐"인 상태입니다.
10. 우리가 앞에서 다뤘듯 적어도 설탕은 흡수가 되기 전에 한 번은 분해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액상과당의 포도당은 그저 섞여 있을 뿐이므로 그런 과정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혈당을 올립니다. 액체다 보니 소화마저 빠릅니다. 마셔도 마셔도 배가 부르지 않으니 칼로리를 더 섭취합니다. 단 맛을 갈구하다 보면 좀 더 먹게 됩니다. 당연히 췌장 입장에서는 훨씬 버거운 작업이 됩니다.
11. 그래도 일반적인 식사에서는 액상 과당을 먹을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반가운 소식입니다. 탄산음료나 주스, 일명 설탕첨가음료(SSB)를 즐기지 않는다면 과당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잔이라도 마시고 계신다면 섬뜩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메타분석 결과 하루에 1~2캔의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한 달에 한번 미만 또는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6%나 더 높게 나왔습니다. 반대로 SSB를 물로 대체하면 체중은 0.5kg 빠지고 당뇨병 위험은 7~8% 감소했습니다.
(과일에도 과당이 있습니다. 과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과일의 당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과당이지만 과일에서 유래한 과당은 1) 섬유질이 많고 2) 그래서 소화에 시간이 걸리고 3) 그래서 포만감을 주므로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