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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음료, NSS

당뇨병의 자기 관리

by 예재호


0. 이 것이 바로 제로 칼로리 음료수의 시초입니다. 1904년 출시된 노-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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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영양성 감미료, 이른바 제로 칼로리 식품에 대해 의사들은 어떻게 평가 하고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당뇨학회나 비만학회가 긍정적인 시각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데 반해, 반대로 심장혈관학회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비영양성 감미료(nonnutritive sweeteners, NNS)란 단맛의 강도는 매우 높지만, 칼로리는 매우 낮거나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므로 거의 없는 감미료를 뜻합니다. 시중의 '제로'라는 이름이 붙은 식품들은 대부분 이 NSS를 써서 단맛을 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당을 높이지 않고 살도 찌우지 않는 인공감미료는 급속도로 설탕을 대체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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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SS에는 최초로 개발된 사카린부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초기의 NSS는 실험상의 실수나 우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개발한 방부제를 우연히 맛을 받는데 단맛이 났다던가, 위염약을 개발해 먹어 보았더니 단맛이 많이 나더라는 식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제로 음료가 판매되었는데 1904년 출시되었고, 사카린을 이용했으며 당뇨환자용 진저에일을 표방했습니다.



4. 현재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다른 감미료와 달리 안정성에 큰 논란 없이 장기간 사용되어 왔다는 점, 열에 강해서 다양한 식품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점, 둘을 혼합할 때 설탕과 가장 유사한 맛이 난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5. 앞서 다룬 액상과당이 당뇨의 위험성을 높이는 데 반해 NSS는 이론적으로는 당뇨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뇨병 학회에서는 감미료를 사용해 액상과당이나 설탕을 대신하면 체중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며 사용하는데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6. 실제로 NSS는 칼로리 섭취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아스파탐에 대한 연구에서 설탕을 아스파탐으로 대체해 절약한 칼로리를 계산해 보니 이전에 비해 68%나 덜 먹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료에 국한하여 분석한 결과는 더 놀랍습니다. 제로 콜라와 같은 NNS 음료를 마시면 총 85%의 칼로리를 덜 먹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스파탐이 대체한 설탕 등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뇨엔 치명적이므로 환자 관리에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다만, 제로 음료가 체중, 혈당, 심혈관계 위험 요소에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만 끼치는지 검증되지 않고, 일부 연구에서는 고용량으로 섭취 시 되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된 터라 더 이상 NSS을 제한 없이 권유하면 안 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8.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전은 NSS가 뇌의 혼란을 반복해서 야기하는 것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9.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포도당 감지 뉴런이 있어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해당 뉴런은 혈당의 변화에 따라 인슐린/글루카곤의 분비를 조절하는 등 소화와 대사를 위해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단 맛을 느끼는 경로는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혀의 미뢰에서 단맛을 감지하면 신경을 따라 대뇌 피질의 미각 중추로 전달됩니다. 이후 냄새(후각), 시각, 촉감 등의 정보가 통합된 뒤 풍미로 인식되면 보상회로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해 쾌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10. 평소에는 이 두 곳이 배치되거나 혼동을 일으킬 일이 없고 실은 단 맛이 느껴지면 시상하부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동되어 작동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NSS를 섭취할 경우에는 단맛은 나나 혈당이 오르지는 않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11. 이런 디커플링으로 단 맛에 대한 갈망이나 허기짐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반복적으로 단 맛에 노출되다 보면 입 맛이 바뀌면서 체중의 증가, 당뇨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더불어 제로 칼로리에 대해 심리적으로 면죄부를 얻고 더 건강한 음식으로 대체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점도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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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심혈관계 합병증에 대한 우려도 말씀드려야 합니다. 인공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켜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이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아직 동물 실험 단계에서만 확인된 사실이기는 하나 이 때문에 심장혈관학회에서는 NSS의 사용에 더욱 주의를 요구합니다.


13. 개인적으로는, 당뇨 전단계나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NSS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봐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혈당과 미각의 불일치는 이미 혈당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당뇨환자에게는 큰 문제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것과 탄수화물에 대한 선호도가 기존부터 높았던 당뇨환자라면 장점만 기대할 수 있습니다.


14. NSS 가 아닌 당알코올 또한 당뇨환자가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당알코올은 단맛을 내지만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아 인슐린 분비에 대한 부담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칼로리도 적고 소화도 느리고 흡수도 불완전합니다. 충치를 예방하기도 합니다. 다만, 당알코올이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또한 당알코올을 설탕이 내는 단맛만큼 내려면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점, 많이 쓸 경우 설탕만큼 칼로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 주의는 필요합니다.


15. 당알코올에는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말티톨, 락티톨 등이 있으며 뇌압을 낮추는데 쓰는 만니톨 또한 당알코올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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