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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건강식품

당뇨병의 자기 관리

by 예재호

유행하는 영양제가 당뇨 치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당뇨인이 복용하면 좋은 영양제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비타민 D]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사람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고 인슐린 저항성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비타민 D를 보충한다고 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비타민 D 부족이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외부 활동 부족이라는 공통 요인에서 함께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나 당뇨 예방 목적으로 비타민 D를 보충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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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


크롬은 인슐린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의 신호를 증폭하여 포도당 이동 통로(GLUT-4)를 더 많이 생성해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인슐린 민감도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당뇨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아쉽게도 당뇨 치료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보편적인) 효과는 없었습니다. 크롬을 당뇨약과 함께 복용하면 예상치 못한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주치의와 상의하신 뒤에 드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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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큐민]


커큐민 (Curcumin)은 향신료인 강황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폴리페놀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큐민은 항염증, 항산화 효과가 커서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AMPK 경로(비구아나이드, 즉 메트포르민의 작용 기전과 동일합니다)를 활성화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체내 흡수율이 매우 낮고 용량과 농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며 효과도 일정하지 않아 치료법으로 쓰기 어려워 복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영양제로서 커큐민을 고려한다면 흡수율을 개선한 제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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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계피에는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α-글루코시다아제를 방해함으로써 (아카보스나 미그리톨 같은 AGI 약제의 기전과 유사)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폴리페놀과 시나믹알데히드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계피 또한 치료 효과가 불충분했고 고용량을 장기간 섭취하면 쿠마린에 의한 간독성이 우려되므로 일상적으로 복약하는 것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식품으로서 적당량을 즐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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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P3RWFsAaRv?xmt=AQF0pC87LjHcMii1-FapeW1V18eoHCIRFprGc_G9hRxJzA


[기타]


최근 식약처에서 기능을 인정받은 바나나잎 추출물이나 알로에 베라, 유산균, 홍삼 등 다른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효과가 일정하지 않아 개선 정도를 기대하기 어렵고, 적정 용량이 표준화되지 않았으며, 과량, 장기간 섭취하면 안정성에 우려가 있어 당뇨 환자에게 권유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당뇨약과 상호작용하여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혈당 강하 효과도 훨씬 강력하고 부가적인 이득도 명확한 당뇨 약제를 대신할 만큼 몸에 좋은 건강식품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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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입니다만, 혈당 강하 효과가 확인된 크롬이나 바나나잎 추출물, 계피 등을 연구를 거쳐 신약으로 개발할 경우 지금만큼의 호의나 관심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여러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쓰이고 있는 당뇨 약제 중에서도 건강식품으로 쓰이다가 효과가 증명되어 약제로 허가받은 경우가 있는데 '약'으로 인정을 받고 나면 역시나 거부와 타도, 극복의 대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사과나무껍질에서 추출한 SGLT-2i 등)


당뇨약 입장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제로 인정받았으니 더욱 신뢰받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냉담해진 반응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특정 미량영양소와 그 보충제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통곡류, 콩류, 채소와 생과일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을 권해 드리라 강조합니다.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데 반해 제조 과정 및 첨가물의 안전성에 대해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합니다.


당뇨약을 복약 중인 환자에게 유일하게 섭취가 권장되는 영양제가 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비타민 B12입니다. 당뇨병의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장기간 복용하면 비타민 B12 흡수가 저해되어 결핍되기 쉽습니다. B12 결핍의 정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B12 결핍은 신경병증(손발 저림), 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이나 말초 신경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비타민 B12 수치를 측정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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