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자기 관리 (10)
1. 우리는 당뇨 환자라면 당연히 싱겁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나트륨 (소금)을 너무 적게 먹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 대한당뇨병학회의 2025년 진료 지침과 미국당뇨병학회의 2019년 영양요법 콘센서스를 비교해 보면 두 지침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간혹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3. 예를 들어 술과 관련해서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진료 지침은 금주를 권하는 뉘앙스가 짙은데 반해,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술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음주를 시작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당히 마신다는 전제 하에 굳이 금주할 필요는 없다는 논조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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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런 차이는 소금의 섭취를 얼마나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진료지침은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은 당뇨병의 주요 동반 질환이고, 혈압조절은 당뇨병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키는 데 중요"하므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합니다.
5. 반면 미국 당뇨병 학회는 "일반적인 권장량 이하로 나트륨 섭취량을 낮추는 것의 잠재적 이점과 해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하루 2,300mg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나트륨 섭취 목표는 보편적으로 권할 수 없고, 특수한 경우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는 나트륨의 과다 섭취가 합병증의 위험 요소인 것은 맞지만, 무조건적인 저염식단을 강조하는 것을 지양하라면서 근거로 2011년 JAMA 논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과도한 저염식이 또한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7. 위 연구는 심혈관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당뇨로 치료받는 환자 28,800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소변에서 나트륨과 칼륨 배설량을 측정해 이를 심혈관계 합병증 및 사망률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다소 놀랍습니다. 나트륨 배설이 많은 환자군(하루 7g 이상)뿐만 아니라, 나트륨 배설이 적은 환자군(하루 3g 미만)에서도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J자 형태의 그래프가 나왔습니다.
8. 물론 이 연구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24시간 소변에서 나트륨 배설량을 측정한 것이 아닌 spot 검체 (단회 아침 소변)에서 24시간 배설량을 추정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또한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사망을 앞두고 식욕 저하나 쇠약등으로 식사량이 감소한 환자라면, 나트륨 배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을 것이므로 충분히 영향을 끼쳤을 수 있습니다.
9. 그래서 추가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한데, 1형 당뇨 환자에서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적었던 그룹에서 말기 신부전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는 연구 결과(A)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짜게 먹을수록 신장 기능에 해가 될 것이라 예상하기 쉬운데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10. 이뿐만이 아닙니다. 2형 당뇨 환자에서 전체 사망률이 나트륨 섭취와 반비례했다는 논문(B)도 있었습니다. 즉, 나트륨을 적게 먹을수록 사망률이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의 가이드라인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왜 한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여전히 저염식이를 강조하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11. 하지만 한국 진료 지침을 만든 교수님들도 소금을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A와 B 논문 모두 ”고혈압과 당뇨병환자에게 일반인보다 더 엄격하게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는 근거는 부족“하다며 한국 가이드라인에서 인용한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12. 그렇다면 왜 국내 진료 지침은 싱겁게 먹는 것을 강조할까요? 그 이유는 국내 나트륨 섭취량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30mg으로 10년 전인 2012년의 4,549mg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지만, 권고량인 2,000~2,400mg에 비하면 여전히 높았습니다. 따라서 ‘나트륨 섭취가 많은 집단이므로 나트륨 섭취를 줄였을 때 이득이 예상’되니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13. 다만 지금부터는 무조건 덜 짜게 먹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알아 두는 게 좋겠습니다. 최근 한국인에서의 나트륨 섭취와 당뇨병 발생률 간 관계를 연구한 삼성병원의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14. 논문에서는 '나트륨 섭취량, 칼륨 섭취량, 그리고 나트륨-칼륨 비율은 한국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당뇨병 위험과 관련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높은 나트륨 섭취량과 낮은 칼륨 섭취량이 건강 결과에 해롭다'는 기존 근거와 다소 모순되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 참여자들이 비교적 젊었고 당뇨병 발병률도 낮았으므로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