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메가-3라고 다 같은 오메가-3는 아닙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을 보호하는 오메가-3는 따로 있습니다.
2. 오메가-3는 영양제의 스테디셀러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유행을 타는데 오메가-3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질문받는 주제 중에 하나입니다. 선전되는 효과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중성지방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뇌 기능과 인지 능력을 개선하고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만성 염증을 감소시키고 관절염 증상도 개선시킵니다. 설명을 듣다 보면 약간 과장광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이 한 알이면~ 머리카락도 나고, 앉은뱅이 할머니도 벌떡!)
3. 오메가-3가 수상할 정도로 다양한 효과를 보이는 덴 비밀이 있습니다. 첫째. 오메가-3는 하나의 물질을 일컫는 말이 아닙니다. 오메가-3는 불포화 지방산 중에, 첫 번째 이중결합이 나타나는 위치가 꼬리 끝에서 3번째인 지방산의 '일족'을 일컫는 말입니다. 단어가 어렵지만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몇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에서 말이죠.
4. 간단하게 복습하면, 지방산은 세포막을 이루는 주요 성분입니다. 생긴 것은 콩나물처럼 생겼는데요. 꼬리에 관절이 있냐 없냐(구부러지냐 아니냐)를 두고 분류합니다. 이중결합이 없어서 구부러지지 않는 포화지방산은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단단(버터나 비계처럼)한 재질이 되고, 내구도가 좋은 특징이 있어, 적혈구 등의 세포막 성분으로 좋습니다.
5. 이중결합이 하나(단일 불포화지방산, MUFA, 예. 올리브유의 올레산), 혹은 두 개 이상(다중 불포화지방산, PUFA, 예. 오메가-3)이면 불포화지방산이라고 부릅니다. 불포화지방산은 분자구조가 유연해서 기름처럼 흘러내립니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세포막은 물컹물컹하고 빈 틈이 많으므로 신호를 전달하기에 유리합니다. 신경 세포의 세포막에 쓰면 좋습니다.
6. 이중결합은 산소에 의해 쉽게 산화되므로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산에 비해 내구도가 떨어집니다. 오메가-3가 연질캡슐에 담겨 햇빛에 노출되면 안 되는 이유도 상하기 때문이었고,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망막병증이 일어나는 이유도 고혈당으로 유발된 산화스트레스가 불포화지방산을 녹슬게 해서였습니다.
7. 이야기가 조금 삼천포로 빠졌습니다만, 이런 다중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일족에는 크게 세 개 가문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명하기는 DHA (Docosahexaenoic Acid) 가문이 제일 유명합니다. 효능 중에 뇌기능과 눈건강을 맡고 있습니다. DHA는 뇌신경이나 망막세포의 세포막을 이루는 데 필요하고 우리 몸에서 만들기 어려우므로 보충해 주면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억력, 학습 능력, 집중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고 안구 건조증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8. 두 번째로 소개할 가문은 ALA (Alpha-Linolenic Acid)입니다. 이 집안은 딱히 특출난 재능이 많지는 않습니다. 세포막으로도 쓰이지만 주로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대신 ALA는 효율은 매우 낮지만 몸 안에서 DHA와 EPA로 소량 변환될 수 있습니다. 뒤에 오메가-6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현대인은 오메가-6을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이 소량의 전환마저 놓치기 쉽습니다. 몸에서 밀려드는 오메가-6를 처리하느라 ALA 변환은 뒷전이 되거든요. (오메가-3 영양제가 무난히 권유되는 까닭입니다.)
9. 참고로 지방산을 세 개 묶어 놓으면 중성지방이 됩니다. 큰 매장에 가면 과자 3봉지를 하나로 묶어서 팔잖습니까? 딱 그런 느낌입니다. 중성지방은 포도당과 더불어 중요한 에너지 화폐 단위입니다. 근육 세포는 번들 (중성지방)에서 분리한 유리 지방산(FFA)으로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번들 3봉지를 어떤 지방산으로 조합하느냐는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성지방에서 세포가 지방산을 분해해 섭취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아무래도 트랜스 지방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10. 마지막 세 번째 가문 EPA(Eicosapentaenoic Acid)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EPA는 다름 아닌 혈중 중성지방을 줄이고, 그럼으로써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며, 염증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 EPA의 효과에 대해 설명드리기 전에 오메가-3가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는 두 번째 비밀에 대해 말씀드려야 합니다. 호르몬 코티솔이 전신에 다양한 효과를 내는 이유가 바로 지질(기름) 성분이라 세포막과 핵막을 마음대로 통과해 핵 내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기 때문이었는데요, 오메가-3도 역시 DNA 수준에서 작용합니다.
11. 오메가-3, 특히 EPA는 세포핵까지 쑥 들어와 LPL을 만드는 DNA 유전자를 활성화시킵니다. (PPAR-α 단백질과 결합) LPL은 지난주에 다뤘습니다. 근육이나 지방세포가 킬로미크론이나 VLDL에서 실린 중성지방 (케이크)를 파먹는데 쓰는 숟가락이라고 소개드렸습니다. 숟가락을 많이 쥐게 된 세포는 중성지방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고, 많이 먹으니 혈액 내 중성지방은 감소합니다. (이것과 딱 반대되는 상황이 가족성 유미지방혈증 증후군(FCS, Familial Chylomicronemia Syndrome)이었습니다.)
12.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은 워낙 추운 곳에서 살다 보니 채소나 과일을 거의 먹지 못하고,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물개, 고래, 생선을 주식으로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심장병(심근경색 등) 사망률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과학자들은 대체 그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고기만 먹고 사는데!) 연구 결과 이누이트 족의 혈액에 EPA와 DHA 수치가 월등히 높았고 중성지방은 매우 낮게 나왔습니다.
13. 이처럼 오메가-3는 기전 상 중성지방을 잘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광고의 이야기들도 일부는 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데 의사들은 의외로 오메가 3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메가-3 처방에 대해 상담하면 의사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셨던 분도 계실 것입니다.)
14. 그 이유는 지금까지 오메가-3는 사실 치료제라기보다는 건강보조식품에 더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오메가-3는 중성지방을 떨어뜨리긴 하는데 치료 효과를 쉽게 예상하거나 확신하기가 애매합니다. 유전자의 발현을 통해 효과를 보이다 보니, 개인별로 차이가 크고 무엇보다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양을 먹어야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복약 편의성이 낮은터라 (비린내 등) 의외로 잘 드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15.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메가-3을 먹은 환자들이 되려 LDL 콜레스테롤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껏 중성지방 좀 떨어뜨리자고 진짜 악당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버리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오메가-3는 (여유가 되시면, 이것저것 다른 효과도 있다 하니) 영양제로 사드시라 하고, 처방은 페노파이브레이트로 받으시라고 권했습니다.
16. 한데 요즘 학계 분위기가 오메가-3에 꽤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연구에서 순수한 EPA 성분 (Icosapent Ethyl, 바세파)만 약으로 써 봤더니 LDL도 안 올리고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에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REDUCE-IT 연구)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을 가진 고위험 환자에서 하루 4g의 IPE (EPA의 약제형 이름)를 먹은 환자는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이 26% 나 낮게 나온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오메가-3을 잘 팔리는 건기식 정도로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17.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IPE 제제를 쓸 수 없었는데 최근 몇몇 제약사에서 IPE 제제를 출시한 것으로 확인됩니다(비급여). 하루 4g이라니 여전히 부담스러운 용량이기는 합니다. 아참, 뇌기능이나 눈영양 등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는 분들은 IPE 제제를 구하시면 안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IPE는 오메가-3 가문 중에 EPA만 고순도로 모아 심장보호효과만 노린 것이므로 DHA의 효과는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8. 예상하셨겠지만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범인은 DHA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DHA가 LDL수치를 높이긴 해도 LDL 분자를 더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실제로 동맥경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변론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sdLDL의 반대 형태입니다.)
(계속)